이창양 장관 “당사자 합의 없이 개입 힘들어”
정부, 당사자를 하청노사로 규정
당장 공권력 투입 계획 없어
14일 현재 피해액 7300억원
납기 지체배상금도 월 130억원
[헤럴드경제=서경원·정태일 기자] 점거 농성을 벌이며 4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지난 14일 정부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교섭 당사자를 하청 노사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하청 노조 입장에서는 협상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평화해결 우선원칙에 따라 당장 공권력 투입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우조선 추산 기준으로 이미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7000억원을 넘었고 다음주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 14일 대우조선파업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선 “당사자들끼리의 합의가 중요하고, 당사자들이 주변 기관에 뭘 하면 좋을지 합의가 되면 이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사자 합의가 안되면 제 3자나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게 당사자간 합의”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14일 담화문 발표에서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하면서도 법적으로 문제해결 당사자는 원하청 노사가 아닌 하청 노사라고 선을 그었다.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는 “투입 여론도 비등하지만 당사자가 자율적이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서도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하청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대우조선이 주장하는 내용만 받아쓰기하듯 잔뜩 옮겨 왔다”며 “정부는 산업은행와 대우조선이 교섭에 나서도록 하고, 하청사들이 원청 결정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4일부터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처럼 정부 발표에도 변화 조짐 없이 50일을 향해 가고 있는 파업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이 6월 말까지 2800억원을 넘어섰고, 현재의 진수(물에 띄움) 지연은 하루 260억여원의 매출 감소와 60여억원의 고정비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4일까지 벌써 7280억원의 피해가 발생된 셈이다. 내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오는 23일경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배상금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수가 미뤄지고 있는 선박은 10~11월 인도분으로 이 때까지 발주사에 납품 진행이 안될 경우 며칠 간의 ‘그레이스 피어리어드(grace period·유예 기간)’를 거친 뒤 매일 4~5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월로 따지면 130억원 수준으로, 최악의 경우 납기 지연일마저 계약한도를 초과하면 아예 발주가 취소 처리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의 본질은 근로시간 규제 개편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원인이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 못한 원하청 급여 정책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52시간제 시행으로 초과 근무가 제약돼 시간외수당이 축소된 것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원청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탈퇴 결정 시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약 4년 만에 다시 기업형 노조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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