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과학기술 대부분은 자연과 환경에서의 발견으로 시작된다. 대표적인 예로 한의학을 들 수 있다. 한의학은 오랫동안 우리와 자연의 조화로움을 기반으로 발전한 생활의학이다. 현대사회가 수술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의학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런 관심도 하락을 이유로 한의학은 과학화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서양의 ‘자연을 이용하는 관점’과 동양의 ‘자연과 조화하는 관점’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은 ‘다르다’라고 봐야지, ‘틀리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한의학이 되레 서구사회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부항은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해외 스포츠 슈퍼스타들의 체력관리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한의학의 우수성으로 중국 여성과학자 투유유가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유유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원충을 없애는 물질,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해냈다. 아르테미시닌은 인류에게 지독한 피해를 주었던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필자가 이제까지 한의학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한의학을 통한 뇌과학 연구 활성화와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뇌과학의 윤리연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뇌과학은 인간의 뇌를 탐구하는 연구이지만 인간 신체 전반에 연결된 신경계를 포함한다. 뇌과학 성과 축적으로 우리 사회는 뇌에 관한 산업화,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뇌는 특정 부분을 치료할 경우 뇌와 신경계 다른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이는 아직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서다. 이런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뇌과학에 한의학적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대표적으로 한의학의 침을 이용한 기술은 현재 뇌과학의 전기적 자극기술과 유사하다. 침 요법은 혈맥(血脈)에 자극을 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자연 치유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20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미국 하버드 대와 공동으로 요통환자에 대한 침 치료가 뇌의 감각피질 부분에 변화를 유도해 만성 통증을 회복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인류의 오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 한의학이 뇌과학 활용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윤리관을 발전시켜온 동양철학을 뇌과학으로 인한 새로운 윤리적·법률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뇌과학의 윤리에 대한 연구를 신경윤리학이라고 하며, 신경윤리학에서 제기하는 뇌과학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기술의 오남용 등에 대한 문제를 동양철학의 윤리관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투유유가 그랬던 것처럼 한의학에 뇌과학을 융합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면 우리의 뇌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뇌과학의 새로윤 윤리지평 확대로 미래 인류사회의 새로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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