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정책연구원 연구논문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뒤 이 사실을 회사 측에 신고했다가 되레 부서 이동 등 불이익을 받는 성희롱 피해자 문제가 심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박미숙ㆍ안경옥 연구원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기업의 조치와 구제방안’이란 연구논문에서 “직장내 성희롱 관련 법정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사후 조치”라며 “하지만 성희롱 피해신고 후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 조치들이 가해지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피해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의 2013년 상담사례 중 직장내 성희롱은 56.6%나 차지했고, 이 가운데 사업주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은 사례는 35.6%(79건)에 달했다.

27일 이 논문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예방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희롱 피해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으로부터 피해자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성희롱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이라도 혐의를 받는 가해자에 대해 즉각적이고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직장내 성희롱에 의해 피해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승진이 거부되거나 봉급이 삭감되거나 업무가 완전히 다른 부서로 파견되는 등 직장 내 고용신분이나 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성희롱 사실이 단 한번에 불과하더라도 성희롱으로 인정된다.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 준 사업자에 대해 막대한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으로 거론됐다.

미국은 고용주가 직접 성희롱을 저지르거나 고용인에 의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인정되면 경제적 피해보상 뿐만 아니라 ‘징벌적 배상’도 가능하다. 법원이 부과하는 ‘징벌적 배상’ 처분은 기업에 거액의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손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인한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처분 중 하나다.

아울러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분리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가해자를 전출시켜야 하며, 성희롱 발생시 대처 매뉴얼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유효하다고 지적됐다. 현행법상 성희롱 피해자 구제는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낮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가해자가 직장 동료일 경우의 처벌 조항이 아예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성희롱이 인정되면, 고용주에게 가해자 징계 등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박미숙 연구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벌칙을 적용하고 있을 뿐 별도의 구제절차나 방안은 두지 않고 있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기업의 불이익조치 금지’ 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성희롱 방지를 강제하기에는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