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군 21명이 추려졌다. 변호사와 교수가 각각 1명이었고, 나머지는 현직 판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재형 대법관은 올 9월 퇴임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신임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던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김주영 변호사 중 홍 부장판사와 김 차장은 인사 검증에 동의하지 않아 제외됐다. 두 인사는 실력에 대해서는 법원 내에서 이론이 없는 판사다.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고, 판사 사이에서도 ‘걸어다니는 판례집’으로 불린다. 변호사업계 평가도 좋아 우수 법관에 여러 번 선정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출신인 김 차장은 형사법은 물론 도산 분야에도 두루 정통하다. 사법행정업무에도 잔뼈가 굵다.
그동안 법원도, 검찰도 실력을 갖춘 인사들이 정치적 고려 때문에 배제돼왔다. 사회활동 경력이나 ‘비서울대, 여성’이라는 배경이 고려되고 심지어는 청와대 유력 인사의 친분 덕에 대법관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사례도 있다. 우리 사회 방향성을 좌우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을 다양화하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하지만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배경만 따져 인선하고 그저 임기만 채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판만 한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전원합의체에서 소수 의견을 내는 대법원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러한 의견을 낸 적이 없다. 대법관 다수의 의견을 반박하려면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최초의 여성 선관위원장’이었던 노정희 대법관은 대통령선거에서 ‘소쿠리투표’논란으로 사퇴했다. 대법관으로선 법 해석을 잘못해 결론이 맞는 군사법원 판결을 잘못 파기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이전 정부에서 다양화 요건을 모두 갖췄던 박보영 대법관은 오히려 노동 분야에서 매우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대법관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원도 화천 이발사의 딸’이라고 강조했던 인사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헌법재판관으로 파격 임명된 그가 3년 동안 과연 어떤 진보적 결정을 내렸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반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했다는 이유로 ‘보수 재판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기석 전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낙태 위헌 결정을 사실상 주도했다. 그동안 겉모습만 따져 진보와 보수를 따지는 분류는 인상비평 정도에 불과했다.
다양화 요구는 정당하다. 하지만 그 직을 감당할 실력을 갖췄는지를 따지는 게 먼저다. 과감한 결정, 판결을 탈없이 하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여성, 비서울대를 배척하라는 게 아니다. 여성 최초의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김소영 전 대법관은 아무도 그 능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에서 주목받는 판결도 여럿 남겼다. 최근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의 주심은 한양대 출신 노태악 대법관이었다.
학교나 성별, 출신 지역은 외피에 불과하다. 진정한 다양성을 따지려면 편견을 거둬내고 판사로서 그동안 어떤 궤적을 걸어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배경이나 미담, 인생스토리 같은 건 부차적이다. 인선 기준은 누가 좋은 판결, 시대를 읽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적임자인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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