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이 29일 실시된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을 포함한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친중정책을 유지해온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을 ‘최대 격전지’인 수도 타이베이(臺北) 등에서 연패시키며 권력재편을 예고했다.

특히 과거 험악했던 양안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은 2008년 친중 성향인 마총통의 취임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가 대중관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타이베이 등 직할시 5곳 야권에 빼앗겨=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전통적인 강세지역이자 정치적 의미가 큰 타이베이와 타이중(臺中)시의시장 등 직할시 5곳을 야권에 빼앗겼다.

국민당이 승리한 곳은 직할시 중에서는 신베이(新北)시 한 곳에 불과하다. 당초직할시 2곳은 지킬 것이라는 예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국민당은 전국 22개의 직할시장 및 현(縣)·시(市)장 선거에서 15석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으나 6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각급 지방의회 의원 다수도 야권이 차지했다.

무엇보다 타이베이시 선거에서 야당 단일후보 격인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대만 정치계의 거물이자 롄잔(連載)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 롄성원(連勝文) 후보를 꺾었다.

타이베이 시장직은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과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등이 모두 거친 자리라서 ‘총통 등용문’으로 통한다. 이 결과는 2016년 1월로 예정된 차기 총통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잉주, 주석직 사퇴설 등 정계재편 임박=국민당 참패 원인으로는 마잉주 정부의 친중노선과 부패 의혹, 실패한 경제정책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당장 국민당 등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총리)은 선거결과가 집계된 전날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당 부주석을 겸하는 하오롱빈(<赤 옆에 우부방>龍斌) 현 타이베이시장도 선거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개표 직후 마 총통에게 부주석직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 총통 역시 당 주석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만 중앙사(CNA) 등은 ‘믿을만한 소식통’을 인용, “마 총통은 주석직에 절대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선거패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언론들은 국민당 차기 주석으로 우둔이(吳敦義) 현 부총통 등의 인사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만 정치권의 최고 스타로 부상한 커원저 타이베이시장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당의 참패 원인에 대해 “진보에 대한 대만의 염원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양안관계 ‘순항’→‘긴장’ 모드로=‘국민당 대참패’와 ‘민진당 대약진’으로 요약되는 이번 선거로 인해 양안관계에는 ‘먹구름’이 끼게 됐다.

2000∼2008년 민진당 집권시절만 해도 양안관계는 험악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총통이 양안은 각각 한 개의 국가라는 뜻의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면서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2008년 집권한 마잉주 정권은 전면적인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 교류로 양안관계 협력을 추진하며 관계를 급속도로 개선시켰다.

특히 2010년 중국과 대만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양안 경제교류 시대를 가속화했고, 지난 2월 난징(南京)과 상하이(上海)에서는 분단 이후 65년만에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번 선거패배로 마잉주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동안 양국 정부가 추진해온 ECFA의 후속절차인 서비스무역협정 협상 등 각종 정치·경제협력이 암초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양안성과 소중히 여겨야”=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중국은 벌써 경계신호를 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은 전날 밤 언론과의 접촉에서 “우리는 이번 대만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들이 어렵게 얻은 양안관계의 성과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대만독립’ 노선을 추구해온 민진당의 대약진으로 양안 관계가 재조정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경계음’을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지도부의 ‘중앙외사공작회의’(외교정책회의)가 대만 선거시점과 맞물려 열린 점도 미묘한 해석을 낳는 부분이다.

지난 28∼29일 열린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국가통일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에는 대만정책을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지도기구가 있어 이번 회의가 대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선거결과를 놓고 볼 때 시 주석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