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혜화역서 재개…29번째

시위 이후 삭발식·도로행진 강행

“시민께 죄송…장애인 이해해주길”

13일 오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 방향 열차 안에서 철제 사다리를 목에 쓴 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권제인 수습기자
13일 오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 방향 열차 안에서 철제 사다리를 목에 쓴 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권제인 수습기자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52일 만에 또다시 시위를 재개했다. 이날 지하철 시위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이동 시간이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13일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3일 첫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고 오늘(13일)로 29번째”라며 “또 다시 지하철을 타게 돼서 불편 겪을 시민들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앞서 4월 22일 전장연은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장애인 권리 예산의 보장 요구에 대한 대답을 기다린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전장연 측은 “한 달이 지나도록 기재부 측 실무자와의 만남조차 이루어 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요! T4를 아십니까’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현장에 나타났다. ‘T4 프로그램’은 나치 독일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1939년 한 극비 지령 문서에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의 부적격자에 대한 집단 살인 허가를 서명하면서 발생한 사건을 일컫는다.

박 대표는 “(우리가)지하철을 또다시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불편함으로 우리에게 욕을 해도 장애인을 대하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단체는 이날 오전 7시55분께 혜화역에서 서울역 방향 열차를 탑승했지만, 열차가 출발하기까지 12분 정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측 활동가들은 경찰이 지하철 탑승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열차 탑승 과정에서 전장연 측 관계자들이 열차 문을 가로막고 발언을 이어가는 탓에 야유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열차 안에선 한 남성이 단체 측에 빨리 내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박 대표가 불만을 표하는 시민을 향해 연거푸 사과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열차가 너무 지연된다”며 조속한 시위 진행을 촉구하자, 박 대표는 “기재부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위한 면담을 추진한다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출 것”이라고 답했다.

열차 출발이 늦어지면서 직장인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지각을 하게 됐다며 하소연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대학생 이희제(19) 씨는 “(오전)9시 수업인데 시위 때문에 늦을 것 같다”며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하지만, 이렇게 불특정 다수를 불편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건 시민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민용(28) 씨도 “때 아닌 시위로 한 시간 반이나 지나서 출근했다”며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장연 측은 이날 오전 8시12분께 서울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잠시 하차했지만 옆문을 통해 또 다시 같은 열차에 타고 서울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도 10여 분의 지연 시간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 방해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전차 교통방해죄로 채증하고 있다”며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오전 9시가 돼서야 전장연은 4호선 삼각지역에 하차했다. 혜화역에서 삼각지역까지 통상 16분의 이동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날 시위로 인해 45분 정도 열차 시간이 지연된 셈이다. 열차에 내린 뒤 단체는 삼각지역 내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아울러 전장연은 이달 2일부터 진행한 도로 행진도 이날 함께 강행했다. 4호선 회현역에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까지 진행된 이 도로 집회는 행진 과정에서 횡단보도 점거를 반복, 역시 도로 마비를 야기했다. 김영철 기자·권제인 수습기자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