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통행,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
한양대 ‘암행어사’팀, 시민 인식개선 위한 홍보활동 펼쳐
스티커·마패 등 제작·배부…“어디서든 거절당하지 않게”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신현주 수습기자] “밥을 먹으려면 전화부터 해야 해요. 안내견의 식당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많거든요.”
1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대학생 장승희(20·여) 씨는 이같이 말했다. 시각장애인인 장씨는 석 달 전부터 안내견 ‘정성이’와 동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통행은 쉽지 않다. 그는 최근에도 한 대형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해당 가게 직원은 ‘강아지 입장을 금한다’는 표지판을 이미 달아 뒀다며 장씨를 막았다. 차분하게 그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털이 날리면 식사하는 손님에게 피해가 갈 것 같다”는 답만 돌아왔다. ‘정성이’와 장씨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식당, 공공시설, 대중교통 등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보조견을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훈련 중’이라는 표지를 붙인 경우도 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안내견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으로 안내견을 동행한 시각장애인들이 출입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장씨에 따르면 안내견과 매치된 시각장애인들은 안내견의 털 날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법과 걸음걸이 등을 교육받는다. 장씨는 “안내견이 털이 날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식당 안에서 최대한 안쪽 자리에 앉게 한다거나 매일 털을 빗겨 주는 등 교육과 실습을 철저히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주는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아주고 안전 보행에 큰 도움을 준다. 장씨는 “혼자 보행했을 때와 다르게 안내견과 함께 하니 걸음 속도도 빨라지고 안전하게 보행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한양대 대학생들이 프로젝트팀 ‘암(暗)행어사’를 만들었다. 노정인(20·여)·신지원(21·여)·조예원(20·여)·전시원(21·여·이상 가나다순) 씨 등 한양대 응용미술학과 학생 4명이 뜻을 모아 ‘암행어사’를 꾸렸다. 이 팀은 안내견을 위한 마패를 제작, ‘암행’하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현재 ‘암행어사’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그림을 담은 마패를 안내견에게 달아 주거나 비슷한 디자인의 스티커를 카페 등 공공장소에 배부하고 있다.
‘암행어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식당들을 시작으로 스티커 부착과 배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암행어사’의 팀장인 조씨는 프로젝트에 함께할 가게를 찾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참여를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악구 소재 식당 중 128곳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지만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답을 준 곳은 50곳에 불과했다. 조씨는 “스티커 부착을 허가한 곳도 10곳에 불과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출입 가능한 곳이 더 적어 실망이 컸다”고 털어놨다.
‘암행어사’가 준비한 스티커는 300개, 마패는 5개다. 이들은 관악구의 카페, 식당 등의 유리에 ‘우리는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직접 붙였다.
팀원인 전씨도 안내견의 출입 거부 영상을 본 것을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안내견을 거부하는 이유로 ‘손님이 불편할 거다’, ‘바닥이 나무라 강아지가 해칠 수도 있다’면서 먼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분들이 거절로 인한 속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비장애인과 공간 이용에 있어 차별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인 장씨도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안내견을 귀엽다고 만지거나, 제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불쌍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며 “안내견은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