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사진작가 1인 2역 행세하며 접근
연기 연습이라며 수차례 성관계 후 촬영도
法, “간음 동기에 오인·착각 있는지도 봐야”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연예기획사 매니저를 사칭하며 미성년자와 성관계 후 촬영까지 40대에 대한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성관계 자체에 대한 속임수를 쓰지 않았더라도, 연예인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속였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해 오해나 착각을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에 이르게 된 동기 등에 오해를 유발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의 거짓말에 속아 나체 촬영과 성관계 등에 응하면 자신을 모델 등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오인·착각했다”며 “이러한 오인·착각은 피해자가 A씨와의 성관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관계가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3년 4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해자인 미성년자 B씨와 알게 됐다. 연예기획사 매니저 행세를 하며 접근한 A씨는 “사진작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연예인이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B씨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매니저가 소개한 사진작가인 척 1인 2역을 하며 B씨를 만났다. A씨는 2015년 7월까지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 및 사진 촬영 연습의 일환이라며 약 10회에 걸쳐 B씨를 간음하고 나체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가 연예기획사 매니저나 사진작가라며 속인 건 맞지만, 성관계 자체에 대한 속임수를 쓴 건 아니라고 봤다. 또한 B씨가 매번 A씨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점 등을 들어 B씨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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