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예산안 심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번에는 국회가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는 2002년 이후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법정시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여야의 줄다리리가 계속되면서 심사가 지지부진한데다 자동 부의 제도에도 허점이 있어 이번에도 시한을 넘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24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는 정부 제출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2002년 11월에 다음해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 지난해까지 11년간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매년 12월2일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해 온 것이다.
특히 2004년과 2009년, 2011년, 2013년은 12월31일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의결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법적 수단이 없어 회계연도 시작 직전에 간신히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반복돼 왔다. 2012년에는 12월31일을 넘겨 1월1일 오전 6시 경 예산안이 처리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라진다.
개정 국회법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인 12월1일 예산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여야가 예산안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면 법정 시한 내 처리가 가능해진다.
자동 부의 조항이 있긴 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반드시 시한 내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부는 매년 10월2일까지 제출하던 예산안을 개정 국회법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에는 열흘 빠른 9월22일에 국회에 넘겼다. 그러나 국회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여러 달 파행을 거듭하면서 예산 심사 시작은 오히려 전 보다 늦어졌다.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국정조사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 부의 제도 또한 시한을 넘길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개정 국회법에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자동 부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즉 여야가 합의하면 처리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자동 부의를 막지 못한다고 해도 본회의에 정부안이 올라간 상태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처리를 미룬 채 예결특위를 계속 가동하거나 막후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여당은 야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단독 처리까지 불사하며 법정 시한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될 경우 향후 정국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 원안과 여당 수정 동의안 동시 상정 등의 방법으로 단독 처리가 강행된다면 미처 반영하지 못한 예산을 내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으로 담는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쟁점 사안이 많아 국회가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여야 모두 올해만큼은 시한을 지키려 하고 새 법 적용 첫해에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어서 시한 내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