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2년만에 ‘빅스텝’ 후폭풍
국내 기준금리 연말 2.5% 전망
국내기업 은행대출 총1094조원
1%P 인상시 이자 11조 늘어나
5대기업 중 현대車 부담 가장 커
금융비용에 실적 뒷걸음질 우려
공급망 대란, 원자잿값 급등, 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 봉쇄 장기화 등 국내 기업들의 경영 위협 악재가 동시에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경색 국면에 들어간 금융·외환 시장의 충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전세계가 유동성 긴축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금융기관 차입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회사채 등 직접 자금조달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 비용을 이익 증대으로 만회하지 못할 경우 기업 실적은 뒷걸음칠 수 밖에 없다.
미 연준은 지난주 정책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했다. 미국이 단번에 이같은 규모로 금리를 올린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금리는 제자리인데, 미국 금리만 오를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 자본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5월을 포함, 연내 네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국채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고, 금융기관 대출금리는 국채 금리와 연동된다. 다시 말해 기준금리는 국채 금리와 대출 금리로 이어지는 금리의 ‘채찍효과(Bullwhip Effect)’를 일으킨다. 채찍효과란, 채찍 손잡이 부분에 작은 힘만 가해져도 끝으로 갈수록 파동이 커지는 것처럼 시초로부터 단계 진행에 따라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가리킨다.
은행 차입으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금리 인상은 이자비용 증가로 다가오고, 이는 영업외 비용 상승에 따른 손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금리가 종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추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힘들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내 기업들의 대출 규모는 1093조9000억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85조원, 908조9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금리가 1%p 증가할 경우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10조9000억원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기업, 중소기업 각각 1조9000억원, 9조1000억원씩이다. 금리가 2%p 오른다면 이자부담은 약 22조원에 이른다.
국내 5대그룹의 대표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전자·롯데쇼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이들 기업의 차입금(장·단기, 롯데쇼핑은 사채 포함) 규모는 77조8000억원이다.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부담이 7800억원 증가하고 2%p 증가시 1조5600억원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이 올 들어 이미 기준금리를 0.50%p(1.00%→1.50%) 인상했기 때문에 현 기준으로도 이자비용이 최소 3900억원 늘어난 상태다.
5개 기업 중 금리 인상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이들 기업 중 차입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23조8000억원의 은행 대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가 1%p 오르면 2400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되고, 2%p 상승시 이는 4800억원으로 확대된다. 현대차는 이미 올 기준금리 인상으로 최소 1200억원의 이자비용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은행 차입규모는 16조6000억원으로 금리 1%p, 2%p 인상시 각각 1700억원, 3300억원의 이자가 추가 지출될 전망이다. 5개 기업 중 금리 인상 여파가 비교적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LG전자로 9조9000억원의 은행 차입을 갖고 있다. 금리가 1%p 오르면 1000억원 늘고, 2%p 인상시 2000억원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한화, 한화솔루션, SK머티리얼즈 등이 회사채 발행에 대한 보류 결정을 내렸다. 기업 입장에서도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 부담이 되는 실정인데, 투자자들 역시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 수요 예측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은 1345억원으로 작년 4월(7조1977억원)의 2% 수준이 채 되지 않는다.
주식시장도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도 예전같지 않다. 올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보르노이 이어 최근 SK쉴더스까지 상장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어음 등 단기 금융시장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만기가 짧아 단기 상환 부담이 있고 신용경색시 현금흐름에 큰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코스콤 등에 따르면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포함) 규모는 전체 잔존액(233조3818억원)의 85% 수준인 200조967억원에 이른다. 이 중 6개월(180일)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49조5000억원 수준이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