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우크라 멜리토폴서 63억 상당 농기계 약탈…1100㎞ 거리 체첸까지 이송
‘Z’표식 군용 차량까지 동원해 농기계 훔쳐…저장소 내 곡물까지 털어가
철수 러軍 매설 지뢰 탓 우크라 농경지 파종 못해…“농업에 대한 의도적 파괴 행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세계적 곡창 지대 우크라이나의 농업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수준의 총체적인 공격과 침탈 행위를 가하고 있다.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소유의 곡물·건축자재에 이어 농기계까지 훔쳐 가는 것은 물론이고, 농경지에 대규모 지뢰를 매설하는 등의 행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州) 멜리토폴시(市)를 점령했던 러시아군은 한 농기계 판매점에서 한 대에 30만달러(약 3억7000만원) 상당의 콤바인과 트랙터, 파종기를 비롯해 총 500만달러(약 63억원)에 이르는 농기계를 훔쳐 갔다.
일부 농기계는 가까운 마을로 옮겨갔지만, 일부는 700마일(약 11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으로 옮겨졌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군의 운송체계가 농기계 약탈에 활용되며 점점 조직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이 접촉한 익명의 사업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몇 주에 걸쳐 총 27대에 이르는 다른 농기계들도 모두 빼앗아갔다. 특히 화물칸이 평평하게 된 중고 트럭 한 대는 나중에 화물칸에 ‘Z(러시아군 전차와 트럭 등 장비에 그려진 표식으로 충성을 나타내는 상징)’라고 흰 페인트로 표시된 게 카메라에 포착돼 군용트럭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사업가는 전했다.
멜리토폴에선 러시아군이 곡물저장소(사일로)에 보관된 곡물까지 훔쳐 간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농경지에 지뢰를 매설하거나 불발탄을 그대로 두고 떠난 탓에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때맞춰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최대 농업회사 중 하나인 IMC의 알렉스 리시차 회장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북부 체르니히우 근교 3만㏊(서울 면적 절반 수준) 규모의 땅에 해바라기·옥수수 등을 심어야 하지만 지뢰 폭발 우려로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농사 중단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근교 농경지의 약 30%가 러시아군이 매설한 지뢰로 인한 위험 지역이란 분석도 나왔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차관은 “우크라이나 농업 자체에 대한 의도적 파괴 행위”라고 비난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