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경기 분당갑’ 자리 무주공산

보궐선거 출마→8월 전당대회 수순?

내부 갑론을박 “당분간 내실 다져야”

지난 13일 한 헤어디자이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3일 한 헤어디자이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3·9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惜敗)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 시점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6월 등판설, 민주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출사표로 돌아올 수 있다는 8월 등판설 등이 주요 시나리오다. 두문불출하고 있는 이 고문은 SNS 등을 통해 틈틈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이 보궐선거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면 눈여겨볼 지역이 성남 분당갑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돌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이 곳은 김 의원이 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될 상황에 놓였다. 이 고문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 또 민주당에서는 험지로 거론되는 분당갑에 나서 정치적 명분과 함께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도 출마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 고문과 송 전 대표는 각별하다. 애초에는 이 고문의 최측근이 김병욱 의원이 성남시장 후보로 차출되고, 이 고문이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 분당을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왔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전날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성남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민주당 내 이 고문의 6월 등판론을 기대하는 인사들은 그가 '문재인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8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출마를 생각하고 있더라도, 국회의원 신분으로 뛰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 고문이 '거물'이지만, 분당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55.0%(이 고문은 42.34%)의 표를 줄 만큼 민주당 내 험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천 계양을 등에서 뛰기에는 "명분이 없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고문의 정치 생명력이 깎일 수 있다"고 했다. 여론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8~19일 경기도 거주 18세 이상 812명을 대상으로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응답자 37.5%는 찬성하고 57.5%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은 61.9%가 찬성했고, 보수층은 81.8%가 반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 [연합]

이 때문에 당 안에서는 이 고문이 오는 8월 전당대회 전까지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당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0선'의 신분으로 국민의힘 당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정치력만 있다면 '금배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지선에선 출마보다 유세 역할에 치중할 것 같다는 예측도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서 "지선이 본격화되면 (이 고문에)유세를 봐달라는 요청이 많을 것이고, 당연히 당인으로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고문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전날 이 고문을 둘러싼 여러 시나리오들을 놓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고문이)정치적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은 없다. 정치 현안에 대한 뉴스는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 [연합]

수시로 이 고문과 통화한다는 김 의원은 "주로 댁에 계신다. 두문불출하시고"라며 "(집에서)공부하고 계시고, (이 고문 지지층인)'개딸'과 소통하고 책 읽는 데 집중한다. '심심하시냐'고 물으면 '심심한 게 하나도 없다'고 하신다. 정책 공부를 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김 의원은 "통화를 해보면 예전에는 전화기가 꺼진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꺼져 있더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이 고문도 여러 상황이 돌아가는 데 대해 고민스럽게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눠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페이스북 일부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페이스북 일부 캡처

이런 가운데, 이 고문은 전날 고(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별세에 "한승헌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한다"며 추모했다. 그는 "평생에 걸친 당신의 헌신을 기억하고 따르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이 고문이 대선 이후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에 세월호 8주기 추모 게시물을 남긴 일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고문의 모습은 지난 13일 공개되기도 했다. 헤어 디자이너 A 씨는 인스타그램에 "한 달 만에 뵙는 후보님"이라며 이 고문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이 고문은 짙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채 깔끔히 이를 뒤로 넘기고 남색 넥타이를 매며 환히 웃고 있다. A 씨는 "헤어컷과 컬러가 필요하다는 부름에 반가운 마음으로 한걸음에 경주에서 서울로(향했다)"며 "시술하는 동안 끊임없이 고마웠다는 인사와 신세 많이 졌다는 말씀에 또 한 번 마음이 찡(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