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로 나쁜 놈이 망했다 해서 생존자들이 겪은 기억과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고 세상은 어느 정도 부정의하고 부조리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단편집 ‘저주 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번역가 안톤 허와 함께 1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주 토끼’는 고통과 상실에 관한 “외롭고 쓸쓸한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공모전 상금액 100만원을 타려고 단편 ‘머리’를 쓴 게 시작이었다는 정 작가는 기괴한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일상생활에서 얻는다고 창작법을 소개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상 속 장면, 사물, 인물에서 출발해 거기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 인물인 경우 그 장면이나 정황은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최대한 비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저주 토끼’를 발견한 번역가 안톤 허는 “‘문학성이 훌륭하고 이야기가 참신해 영미권에 잘 먹힐 게 당연했다”며, “누가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먼저 작품을 번역한다는 게 신기했다. 책을 출판한 혼포드 스타 출판사도 크게 될 책이라면서 누가 먼저 낚아챌까봐 비밀리에 작업했다”고 번역 출판과정을 소개했다.
번역 과정에 정 작가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톤은 영미권 시장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장르소설을 꼽았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징어 게임’‘브리저튼’은 모두 장르물이다. 이런 환상물 속에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저주 토끼도 당연히 장르소설이라는 점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면에서 한국문학번역원 등이 기성 세대 작가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과 시장의 요구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성문학이 풍부하고 SF 장르 등 다양한 한국문학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김초엽 작가를 비롯, 다양한 SF작가군이 형성되고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을 둘은 고무적으로 봤다.
안톤 허는 정 작가의 매력으로 현실에 바탕한 SF와 아이러니를 꼽았다. 공포스러운데 웃기고, 동화 같은데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번역가로서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히는데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그는 한국문학을 소개할 에이전시가 많이 나와 활발해지길 기대했다.
정 작가는 차기작으로 해양수산물 시리즈를 기획중이라고 털어놨다. “문어는 썼고 상어, 멸치, 김 등을 소재로 새로운 소설을 쓸 예정이다. 포항으로 시집을 갔는데 제사상에 저만한 문어가 오르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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