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소한·대한·입춘·경칩 이후 음력 24절기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청명(淸明). 청명에는 생명을 다한 부지깽이를 꽂아도 다시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다. 청명이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명절 중 하나라는 의미다.
청명은 보통 음력 3월, 양력으로 따지면 4월 5~6일께 들어선다. 태양이 지나는 길을 측정하는 좌표인 황경 15도라는 어려운 말은 집어치우자. 따지기 어려우면 동지(冬至)가 지난 후 105일째, 또는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같은 날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듯이 청명 즈음엔 비가 두세 차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곤 한다. 이때 농촌에서는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로 봄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도심에서도 이날을 전후로 화단을 정리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엔 상추나 쪽파 등의 모종을 이식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기예보가 없었던 시절 청명 날씨 통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청명 당일 날씨가 맑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풍년을, 천둥과 거센 바람이 들이치면 흉작을 예견했다. 반면 어촌의 경우 이날 거센 파도가 일거나 날씨가 좀 어둑해야 풍어가 든다고 여겼다.
청명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그 말이 새삼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3월 중순경 찔릴까 무서워 겁 없이 가지치기를 감행한 장미 넝쿨. 일주일 이후 꽤 많은 양의 봄비가 두세 차례 내렸다. 비가 그친 후 화단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울타리 삼아 화단 주변에 꽂아 놓은 잘려진 장미 가지에서 붉은 빛의 새순이 움트고 있었다. 청명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튼다더니 그 말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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