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전국에 봄비가 내리면서 언 땅을 뚫고 나온 봄꽃(왼쪽)과 상자에서 새순을 드러낸 부추(오른쪽). 서울 지역의 경우 4월 중순부터 야외 텃밭 모종 이식 작업이 이뤄지는 상추(가운데)가 때이른 기온 상승으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3월 중순 전국에 봄비가 내리면서 언 땅을 뚫고 나온 봄꽃(왼쪽)과 상자에서 새순을 드러낸 부추(오른쪽). 서울 지역의 경우 4월 중순부터 야외 텃밭 모종 이식 작업이 이뤄지는 상추(가운데)가 때이른 기온 상승으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소한·대한·입춘·경칩 이후 음력 24절기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청명(淸明). 청명에는 생명을 다한 부지깽이를 꽂아도 다시 살아난다는 속설이 있다. 청명이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명절 중 하나라는 의미다.

청명은 보통 음력 3월, 양력으로 따지면 4월 5~6일께 들어선다. 태양이 지나는 길을 측정하는 좌표인 황경 15도라는 어려운 말은 집어치우자. 따지기 어려우면 동지(冬至)가 지난 후 105일째, 또는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같은 날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듯이 청명 즈음엔 비가 두세 차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곤 한다. 이때 농촌에서는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로 봄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도심에서도 이날을 전후로 화단을 정리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엔 상추나 쪽파 등의 모종을 이식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기예보가 없었던 시절 청명 날씨 통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청명 당일 날씨가 맑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풍년을, 천둥과 거센 바람이 들이치면 흉작을 예견했다. 반면 어촌의 경우 이날 거센 파도가 일거나 날씨가 좀 어둑해야 풍어가 든다고 여겼다.

3월 중순 이후 울타리 삼아 꽂아둔 가지치기한 장미 넝쿨 가지에서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울타리 삼아 꽂아둔 가지치기한 장미 넝쿨 가지에서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청명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그 말이 새삼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3월 중순경 찔릴까 무서워 겁 없이 가지치기를 감행한 장미 넝쿨. 일주일 이후 꽤 많은 양의 봄비가 두세 차례 내렸다. 비가 그친 후 화단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울타리 삼아 화단 주변에 꽂아 놓은 잘려진 장미 가지에서 붉은 빛의 새순이 움트고 있었다. 청명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튼다더니 그 말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다.

yihan@heraldcorp.com

[영상=이운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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