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기자의 세상읽기(박준일 지음,도서출판 우리)=36년 차 현직 기자인 남도일보 박준일 전무(전남동부권 취재본부장)의 칼럼집. 남도일보와 CBS에 근무하면서 쓴 칼럼을 한데 묶은 책은 지역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당시 뜨거운 사회 이슈와 현안을 현장에서 날카롭게 들여다보면서 대안을 모색한 글들이다. 소외계층, 환경과 안전사고, 갑을 관계, 정치와 경제, 사회 현상 등을 폭넓게 조망했다. 특히 최근 공분을 산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경우, 그는 “신뢰의 붕괴가 더 문제”임을 지적한다. 결국 사회의 연약한 지반을 무너트리는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 광주가 울고 있다’에서는 5월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전두환이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조차 사죄하지 않는 원죄를 묻는다. ‘죽음의 공포, 이 또한 이겨내리라’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펼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리의 무너진 일상에 대한 반성과 희망을 써내려간다. 지방 언론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되돌아보는 글이 묵직하다. 여수의 한 요트 선착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생 홍정욱 군이 숨진 과정을 돌아본 ‘고3 실습생의 죽음에 언론은 어떻게 대처했나’,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휘몰아치던 날, 한 노숙자의 죽음을 전한 ‘광주 천변 어느 노숙자의 죽음’ 등이다. 섬진강댐 하류의 홍수로 구례와 곡성, 하동지역 주민 3천여 명이 졸지에 이재민이 됐지만 서로 떠넘기기 급급한 이해관계 기관들의 실상도 고발한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종편의 문제점, 이낙연 가짜뉴스 사건 등도 다뤘다. 저자의 글의 중심은 팩트 충실이다. 사건의 사실과 진실, 정보의 출처, 취재원의 신뢰, 진실 부합성 등을 꼼꼼히 따져 전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 사회가 잃어가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따뜻한 글들도 한 축을 이룬다. 저자의 고향인 전남 보성 활성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도 담았다.
▶조선후기 ‘왜관’의 세계(윤유숙 지음, 동북아역사재단)=조선후기 초량왜관은 쓰시마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인들이 외교·무역 업무를 보기 위해 머물던 공간이다. 초량왜관 안팎에는 이들을 수용하고 통교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섰는데, 외교 사절이나 관리, 상공인, 하급무사 등이 거처하는 건물을 비롯,각종 가게와 절, 신사, 매 사육장도 있었다. 담으로 둘러쳐진 이곳에는 쓰시마에서 온 남성들이 평균 400~500명, 많을 때는 1000명 가깝게 생활했다. 사신으로 온 이들은 대개 수개월 만에 떠났지만 특정 직책에 임명된 사람이나 조선어를 습득하러 온 사람들은 몇 년씩 머물다 가는 예도 흔했다. 그에 따라 왜관과 주변에는 갖가지 사건 사고,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책은 조선 후기 조선과 일본 통교의 최전선이자 체제구역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이 작당, 밀무역을 하는 일은 흔했다. 상해와 살인, 도난, 난출(왜관 무단 이탈), 교간(조선 여성과 일본남성의 성관계 )등은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조선정부는 특히 밀무역과 난출, 교간을 엄격하게 통제하려 했다. 통제요청과 설득만으로 강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17세기 후반에는 쓰시마와 ‘약조’를 체결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문화한 것이다. 책은 통교제도가 아닌 왜관을 둘러싸고 빈번히 발생한 불법행위에 주목, 쓰시마 약조가 실제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양측이 갈등상황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레드 룰렛(데즈먼드 슘 지음,홍석윤 옮김, 알파미디어)=중국공산당의 권력과 부가 어떻게 작동하고 부패와 보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내부자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종의 이면과 당과 홍색 귀족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 데즈먼드 슘은 지금은 이혼한 아내 휘트니 단과 함께 중국에서 권력과 부의 최고 수준에 올랐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다. 슘은 상하이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부모를 따라 홍콩으로 이주했다, 자본주의라는 낯선 환경에서 근면한 생활로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투자회사를 거쳐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처럼 야망이 넘치는 아내 휘트니 단을 만난 건 날개를 단 격이었다. 휘트니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권력자들과 ‘꽌시’를 맺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부부는 홍색 귀족들의 세계로 진입하면서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에 거대한 항공 물류 시설을 개발하고 베이징 최고의 불가리 호텔과 비즈니스센터 빌딩을 구상하고 완공시키는 등 질주를 이어갔다. 또 개인 제트기를 타고 부자 1세대들과 호롸로운 유럽여행을 떠나는가하면 값비싼 집과 차량, 미술품 구입 등 사치의 극단을 달린다. 휘트니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들의 순재산만 수조 원에 달했다. 휘트니의 실종은 이 모든 것을 거품으로 날려버렸다. 책은 외부인은 알기 어려운 권력 내부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원자바오 총리의 부인인 장페이리와 어떻게 꽌시를 맺었는지, 장페이리를 통해 만난 시진핑을 만난 얘기, 시진핑이 보시라이, 저우융캉 등을 숙청하고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기까지 뒷이야기 등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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