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너지 등 산업 전체에 영향

우크라 지상 날씨 지금도 들어와

국민 비판 탓하기보다는 더 노력

비 온다 vs 비 뿌려진다 단어도 신중

정확성-대중친화적 예보 사이 고민

최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만난 박광석 기상청장은 ‘대전 이전’에 대해 “현지 연구 기관들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섭 기자
최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만난 박광석 기상청장은 ‘대전 이전’에 대해 “현지 연구 기관들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섭 기자

대담 : 조용직 사회부장

“기상정보는 우리나라 경제 자산이에요.” 박광석 기상청장은 날씨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 “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며 글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빈대떡이 잘 팔리는 현상부터 시작, 의류·항공·물류·금융 분야까지…. 박 청장이 생각하는 기상정보는 ‘국가 자산’이었다. 박 청장은 매일 국가 자산을 전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기상정보를 빠르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조금씩 변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해서는 해외 기상기구들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박 청장을 최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만나 고도화되는 기상 정보, 심각해지는 우리나라 기후 위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날씨가 갑자기 꽤 더워졌다. 올해 봄이 유난히 따뜻한 건가.

▶사실 올해 봄은 평년하고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날씨가 변해서 어떤 날은 덥고, 그렇다 보니 우리도 덥게 느낀다.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날씨의 본질은 ‘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옛날부터 왜 날씨를 기록했겠나. 변하기 때문에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날씨 안에 우리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느꼈던 것에 빠르게 변하느냐, 아니면 천천히 변하느냐 그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만 우리가 느낀 작은 변화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미 있는 말인 것 같다. 기후 변화도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데 실은 중요한 변화다.

▶체온은 36.5도에서 1~2도만 올라도 몸이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 평균기온은 14~15도 정도다.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변하면 지구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거다.

-그래서 그 차이를 알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하지 않나.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후를 예측하려 해도 전 세계 기후를 다 살펴야 한다. 그 다음에 동아시아로, 우리나라로 좁히는 식이다.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는 국가들도 서로 협력한다.

-그럼 지금 우크라이나처럼 비상상태인 나라의 기상정보도 공유되나.

▶전쟁을 치르는 국가도 기상정보는 공유한다. 우크라이나 지상 기상정보는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다만 고층 기상정보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고 있어 받을 수 없다.

-전쟁이 난 나라에서도 기상정보를 제공할 만큼 날씨가 미치는 영향에 막대한 것 같다. 농업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산업 분야는 어떻나

▶너무 많다(웃음). 아는 내용 다 말해드리겠다.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크게 ‘전환적 위험(Transition Risk)’과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으로 나뉜다. 전환적 위험은 경제체제가 바뀌면서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고탄소에서 저탄소 경제로 바꾼다고 하면 기업도 변해야 한다. 물리적 위험은 태풍, 홍수, 화재처럼 단기간에 변하는 위험을 말한다.

기업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을 때에는 보통 물리적 위험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풍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면 공장 굴뚝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해수면 변화도 제조업에 영향을 준다. 보통 공장용수를 끌어오기 위해 주변 하천을 이용하는데, 해수면이 상승해서 그 인근 하천이 자주 범람하면 문제가 생긴다.

-단편적인 면만 봐도 날씨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준다. 가장 실감하는 쪽은 식품업일 것이다. 기후 위기로 원재료 가격이나 생산량이 영향받으니 그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열이 필요한데, 열을 투입할 때 외부 온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외부 온도와 차이가 작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는데 이런 차이에 정유업계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날씨가 안 좋으면 비행기를 못 띄우는 항공업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렇게 날씨가 중요한데 예보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겠다. 요즘 기상청 예보가 많이 정확해졌는데 간혹 비판받을 때도 있다. 고충은 없나.

▶우리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 평가의 기준이 엄격해진 것도 맞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그걸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상청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다른 정부 부처도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했는데 국민 평가는 다를 수 있지 않느냐. 공직자들은 그 평가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직자가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하다. 저희도 예보의 정확성을 더 필요한지, 예보 내용이 더 대중 친화적이어야 하는 것인지 지켜보면서 고민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 나왔듯 콜센터 직원들이 많이 힘들다. 민원을 직접 받는 분들이고,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라 안타까운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방금 언급했듯 ‘기상청 사람들’이 방영 중이다. 기상청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나.

▶이미지가 좋아졌다기보다는 홍보됐다고 보는 게 맞다. 기상청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보면 국민이 답답하게 생각했던 기상청의 모습도 많이 소명된 것 같다. 예를 들어 ‘비가 뿌려진다’와 ‘비가 온다’ 중 어떤 말을 선택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야외 작업을 하는 사람은 비가 온다고 말하면 작업을 접는다. 뿌려진다고 하면 그냥 맞으면서 일한다. 만약 작업을 접는다면 그날 하루 일당을 못 받는 사람도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 작업장 한 곳뿐만 아니라 전국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단어 하나가 주는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날씨가 애매하면 예보를 하는 팀이 고민한다.

-기상청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헤아리고 있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질 것 같다. 매일 이뤄지는 예보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세계 기상의 날(3월 23일)’에는 전 세계 기상기구들이 모인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주제를 선정하고 대응한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발생하는데, 기상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기상기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 세계 기상청의 궁극적 목표는 ‘날씨에 준비된 나라를 만들자’다. 반대로 생각하면 날씨를 미리 알고 준비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기 자체가 매일매일 다른데 현재 과학기술로 정확도를 높여도 한계가 있다. 주식시장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달 후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걸 얻겠나. 하지만 그렇게 못한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예상되는 패턴을 계산한 뒤 대비하는 법밖에 없다.

-기상청장은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래도 30년동안 공직자로서 살았는데, 지금만큼 공직자의 무게를 실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처이기에 사명감도 있다. 국민들 가까이에서 일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정리=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