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과에도 시민들 ‘부글’
“믿고 투표하라는 투표소 직원은 (시민들과)실랑이가 계속되자 ‘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인데 왜 화를 내냐’며 도리어 같이 싸웁디다.” 지난 5일 서울 노원구의 한 투표장을 찾은 임모(27·여) 씨는 투표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55분께 확진자에 대한 투표 안내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투표장을 찾았다. 그러나 임씨가 마주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임씨가 찾은 투표장에는 투표소는 야외에, 투표함은 지하에 있었다. 이로 인해 확진자들이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면 직원들이 투표자들의 기표용지를 일괄적으로 모아 지하에 비치된 투표함에 넣어야했다. 임씨는 “현장에서 투표자 본인이 아닌 직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안내를 받고 다들 ‘이게 뭐지’라면서 어리둥절하거나, ‘아, 이럴 거면 안 한다’고 돌아가는 분, 투표장 직원들에게 화내는 이들로 나뉘었다”며 “투표함을 밖으로 올려 달라는 항의에 ‘선거법 위반’이라고 거부하고, 기표된 용지도 밀봉이 안 돼 항의하니 ‘입구를 접어서 주면 된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투표 봉투에 기표지가 들어있는지도 구분 못해 직원들이 뭉텅이로 봉투를 잡고 뒤지는 데 뭘 어떻게 더 믿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4~5일 진행된 가운데 투표장을 찾은 확진자·격리자를 중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지고 있다. 사전투표 기간 각 투표장에서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안내받았다.
투표 과정에서도 직원들이 기표된 투표용지를 소쿠리·비닐봉지 등에 담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돼 투표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투표장을 찾은 김모(32·여) 씨는 오후 5시 정각에 맞춰 도착해 대기 순번표 2번을 받았지만 일반인들의 투표가 끝나지 않아 무려 5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전투표 일정을 제외하고 투표 과정, 확진자 관리 등 정리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밀봉되지도 않은 투표 봉투를 소쿠리에 넣고 오니, 정치를 잘 모르는 저도 찝찝하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전투표에 대해 확진·격리자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충분한 시나리오를 구축해 사전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수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며 “선관위가 여태껏 국민들에게 신뢰를 줬다면 이번 실수가 큰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확진자 투표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지 못해 대비를 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며 “확진자들에 대한 투표 과정의 홍보도 부족했고, 한 시간 뿐인 투표 시간도 애초 (오후)7시까지 두 시간을 잡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 6일 코로나 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럼에도 7일 법세련, 자유대한호국당 등 시민단체의 선관위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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