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한달…사망사고 감소효과 별무

기업들 가장 부담되는 규제로 꼽히기도

안전의식 개선 우선인데…법 강화 추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사업주 사법처리라는 초강경 처벌법만으로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회의론도 커진다.

오히려 중대재해법 탓에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그 여파가 물가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12개 업종 중 8개 업종이 가장 부담이 큰 규제로 중대재해법 꼽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산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겠다는 법의 효과는 시행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더 늘어났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재해사례 속보를 통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공개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건수는 총 26건. 29명 사망에 1명 중상 사례가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CCTV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가 CCTV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이 가운데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표산업 토사붕괴 사고를 비롯해 여천NCC 폭발사고, 쌍용C&E 동해공장 추락사고 등도 포함됐다. 특히 삼표산업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며 ‘중재대해법 처벌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사고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되레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건수는 21건, 사망자는 18명에 부상자 18명이었다.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련은 없지만, 단순 수치 상으로만 보면 증가한 게 사실이다. 법 시행 이전 기업들이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전설비 강화에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중대사고를 막기엔 불가항력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사고방지 인프라 구축과 관련조직 신설 등의 하드웨어 측면의 대책을 서두른다. 산업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나, 안전수칙을 등한시 하는 근로문화 개선이 우선이라는 사실이 앞의 사고 사례들은 잘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중대재해법 강화에만 골몰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총 6건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개정안들은 5인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전면 적용하고, 징벌적 손배책임을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산재사건의 경우 벌금액수를 정할 때 전문가, 유가족의 의견을 먼저 듣도록 하는 ‘양형특례조항’도 보인다. 이런 개정안들이 반영될 경우 중대재해법은 지금보다 몇 배 더 세질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고민은 없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이지 법률에 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순자)라고 했다. 중대재해법 역시 그렇다. 산재사고의 원인을 방치했거나,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그런데 안전의식과 안전문화까지 오롯이 그들의 몫인지는 모르겠다. 법으로 엄포를 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다같이 나서서 노력하지 않으면 한갓 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