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팍팍해진 기사의 삶

12시간 일해도 9만9000원 수입

일 더 많이해도 수입 점점 줄어

2년새 서울택시기사 1만명 이탈

전문가 “택시업종 대대적 변화를”

“밥 먹던 거 요즘은 라면 먹고 사는 거죠. 하루에 15시간, 18시간 일해도 돈이 없어요.” 정년퇴직 후 22년 동안 택시를 운전한 정모(74) 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일하지만,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후 9시 이후에는 사실상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전 5시에 출근한 정씨가 12시간 후인 오후 5시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9만9000원. 식비·주유비를 제외하면 정씨는 시간당 4600원 정도의 돈을 손에 쥔다.

정씨는 최근 동료의 부고 소식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70~80대 고령의 택시기사들이 수입을 늘리려 무리하게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몸이 안 좋아져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택시기사의 삶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택시기사를 위한 각종 현금성 지원도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지난해 신규 택시기사로 취업해 취업 수당을 받은 사람은 150여 명에 불과했다.

23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서울택시조합)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법인택시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취업 수당을 수령한 기사는 151명이다. 당시 줄어든 택시기사를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박람회가 열렸고, 신규 취업·재취업을 하는 기사에게는 3개월간 총 60만원을 지급했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취업 수당이 제공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흘간 박람회를 통해 채용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취업한 사람에게는 수당 등의 혜택이 제공됐다”고 말했다.

151명은 줄어든 택시기사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 12월, 3만527명이었던 서울 택시기사 수는 2년 만인 지난해 12월 2만888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줄어든 택시기사 수는 더 많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운전자 수는 7만5403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만6917명 감소했다.

택시기사 이탈을 가속화하는 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수입이다. 요금 인상, 사납금, 플랫폼 수수료 등 각종 비용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몇 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한 배달 시장을 보며 택시기사들이 느끼는 자괴감도 크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수년간 택시기사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며 “돈벌이가 돼야 택시기사들이 일을 할 텐데 유인책 없이 정책에 얽매이고 있으니 택시기사들이 안 나오려 한다”고 말했다.

해법 도출이 늦어지는 사이 정부와 지자체는 세금을 투입해 현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1인당 50만원, 100만원을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서울시는 105억원을 투입해 법인택시 기사 2만명에게 한시고용지원금 5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21일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을 보면 택시기사는 취약업종에 포함돼 오는 3월부터 1인당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된다. 대상은 법인택시 소속 7만6000여 명이다.

3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한 오모(68) 씨는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싶지, 지원금 받으며 살긴 싫다”며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나라에서 알아주는 건 감사하나 한 번씩 주는 지원금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택시업종의 대대적 변화를 주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는 젊은 사람들도 택시를 운전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년퇴직한 고령자들의 마지막 단계’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시장이 열악하다”며 “택시기사에게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면서 우버와 같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이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