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강화·노후시설 교체 병행돼야

안전문화 정착 없인 범법자만 양산 소지

“대표를 구속시킨다고 엄포를 놓고, CCTV나 안전설비 투자만 늘린다고 중대 산업재해가 사라질 걸로 보십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한 중소기업 대표가 던진 반문. 이는 비단 그 만의 생각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데 동의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 시행 한달도 안 돼 4건의 산업현장 사망사고가 발생,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다. 산업재해가 곧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만큼 이를 수수방관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산재는 발생한다. 안전설비를 강화하고 인력을 늘린다고 사고를 100%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산업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 같은 고질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기업들이 최근 부쩍 현장 근로자들에게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계 전반에 안전의식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산재는 피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중재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산업현장 전반에 안전의식이 획기적으로 제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티이미지]
중재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산업현장 전반에 안전의식이 획기적으로 제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티이미지]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산재사고의 주원인은 ‘근로자의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라는 응답이 75.6%에 달했다. 안전보건관리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도 ‘지침 불이행 등 근로자 작업통제·관리’를 첫 손에 꼽았다. 안전불감증이 그만큼 만연하다는 것이다.

작업간 소통부재나 혼선도 중대사고의 원인이 된다. 산업현장 다발성 재해는 추락·끼임·넘어짐과 작업장 붕괴 등. 최근 발생한 끔찍한 사고들도 모두 이 범주 안에 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의 책임을 과도하게 사업주에만 집중시킨다고 항변한다. 사고의 인과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사고발생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 정부가 내놓은 해설서를 봐도 애매한 곳 투성이인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은 제정 당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의 멍에를 쓸 수 밖에 없게 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최근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처벌보다는 산재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업주 처벌규정에 상한을 두고, 사업주가 의무를 준수했다면 면책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가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사업주의 면책범위를 주는 입법 보완을 국회에 읍소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중대재해법이 시행 전후 끔찍한 사고가 잇따랐다. 섣불리 말을 꺼내기도 힘들게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고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해서도 안된다. 중기중앙회 조사가 시사하는 것은 산업현장에 아직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근절하고, 안전의식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 선진국인 독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행위에 따른 안전과 보건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계장치 및 공구, 작업재료 및 운송수단 등에 관한 합목적적 사용에 대해 주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자들은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사업장내 재해예방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물론, 근로자들이 산업안전보건 문제와 관련해 사용자에게 제안을 하거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한다. 선진국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하고, 도입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