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1. 남편 B 씨로부터 25년 간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오던 아내 A 씨는 어느날 살해 위협을 받고 B 씨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B 씨를 살해했다. A 씨는 사건 직후 곧바로 자수를 했고 현재 구속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 씨와 B 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C 씨는 생계능력이 없는 학생이며, A 씨와 C씨 모두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C 씨는 구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 제19조 제1항은 구조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부부, 직계혈족, 4촌 이내, 동거친족관계인 경우에는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제19조 7항에서는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사회 통념상 위배된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구조금 일부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과 사회통념에 대한 기준이나 원칙은 없다.

#2. 서울에서 스포츠마사지 업주 D 씨 피살사건이 발생해 사망자를 부검한 결과, 타살로 추정돼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피해자 C 씨의 몸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외국인의 유전자로 밝혀지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돼 기록이 검찰에 송치되지 않고 서울지방경찰청에 보존됐다. 피해자지원센터는 사건 발생 직후 유족에게 구조금 안내를 했고, 유족이 관찰 검찰청에 유족 구조금을 신청하려 했으나 사건 발생지 검찰청에서 관련 사건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구조금 신청서 접수를 거부했다.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는 범죄행위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해, 중상해를 당하고도 피해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배상받지 못한 경우 국가에서 범죄 피해자나 그 유족에게 일정 금액의 구조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로 지난 1988년 도입됐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정폭력이나 친족관계인 경우, 범죄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 미혼모 친생자의 경우 법적으로 가족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1순위 유족임에도 구조금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반대로 이혼한 전 배우자 사망시, 미성년 자녀를 실제로 부양하지 않을 유족에게도 구조금이 지급돼, 구조금이 미성년 자녀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송귀채 서울 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한국피해자학회가 개최한 추계 학술대회에서 ‘범죄피해자 구조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송 사무총장은 “친족간 범죄라도 구조금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가해자로 귀착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될 경우, 구조금이 지급되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며 “C 씨의 경우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구조 피해자의 생계곤란 사유가 인정될 때는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D 씨 사건의 경우, 범죄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구조금 심의를 보류하되 추후 범죄사실이 밝혀져 증거자료가 확보되면 구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보호법 제26조(구조결정) 제2항 신설과 시행령 제36조 제2항의 단서조항 신설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