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오늘날 우리 현실은 민족사적으로 일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 도처에서 불신과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은 살기 어렵고 거짓과 아첨에 능한 사람은 살기 편하게 되어 있으며, 왜곡된 근대화정책의 무리한 강행으로 인하여 권력과 금력에서 소외된 대다수 민중들은 기초적인 생존마저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1974년 11월 18일 오전 9시 50분, 서울 광화문에 고은, 이호철, 조태일, 양성우, 조해일, 조선작, 송영, 염무웅, 최민, 황석영, 한남철, 백낙청, 이시영, 송기원, 윤흥길, 이문구, 박태순 등 30여 명의 문인들이 모였다. 그들을 대표해 선언서를 읽는 고은 시인의 목소리가 비장했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비판과 저항을 막고자 긴급조치 1호를 발표하고, 시국 사건이 연이어졌으며, 문단에서도 시인 김지하의 체포와 석방, 문인간첩단 사건이 이어지던 서슬퍼런 때였다. 작가들은 이날 ‘자유실천문인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1987년)를 거쳐 한국작가회의(2007년, 이하 ‘작가회의’)로 거듭났고, 18일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해 김근, 김경주, 진은영 등 젊은 작가들은 ‘문학과, 희망의 백 년 대계-젊은 문학 선언’을 발표했다.
젊은 작가들은 선언서에서 “2014년 한국에 자본과 욕망이 낳은 괴물이 창궐하고 있다. 괴물에 직면한 국토는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고, 인간은 점점 인간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남쪽 바다에서 침몰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증명이며, 인간으로 일구어온 한국의 역사인지 모른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심각한 물음에 봉착해 있다”라고 시대를 규정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 우리의 문학은 공존이라는 인간의 문제를 잃어버렸고, 작품 속에서 인간을 버렸다. 우리는 망각이 고통을 잊는 가장 손쉬운 방법임 에 너무 쉽게 동의를 표현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는 이웃을 찾아가지 못하고 고아(孤兒)가 되어간다”고 스스로 선 자리를 반성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와 민족 통일, 표현의 자유를 기치로 진보적 문예운동을 펼쳐온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창립 40주년 관련한 행사와 도서 출간 계획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오는 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40주년 기념행사인 ‘문학과, 희망의 백년대계’를 연다. 고은, 백낙청, 염무웅, 현기영 상임고문의 개회 선언으로시작되는 이 행사에서 작가회의는 백기완 통일 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신부,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가수 전인권 등 각계 인사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1974년 ‘문학인 101인 선언’에 참여한 소설가 박태순 씨에게는 특별감사패를 증정한다. 젊은 문학 선언을 발표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소설가 모옌 등의 축사도 공개한다.
이와 함께 작가회의는 단체의 정사인 ‘한국작가회의 40년사: 1974-2014’와 증언록인 ‘증언: 1970년대 문학운동’을 출간할 예정이다. 작가회의 최원식 40주년기념사업단장 겸 편찬위원장은 “작가회의 역사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 통일운동의 역사를 종관한다는 점에서 이 책들은 가장 생생한 한국현대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