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구금 年12만시간 단축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효과로 영장을 받아 체포된 후 경찰의 자체 판단에 따라 조기 석방된 피의자가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가 끝난 피의자를 검사의 석방 지휘를 받을 때까지 구금하지 않아도 돼 인권 보호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권 개혁 이후 영장에 의한 체포·구속 피의자 중 연간 1만명이 검사의 지휘로 인한 불필요한 구금 지연 없이 석방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에게 석방 지휘를 건의할 때부터 석방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피의자당 평균 6~12시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한 구금이 총 6만~12만 시간 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종전에 경찰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영장에 의해 체포·구속된 피의자를 석방하려면 검사의 석방 지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휘준칙도 손질됐다. 현행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경찰이 체포영장을 받아 체포한 피의자를 석방할 때 검사에게 석방 사실을 사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 후 조사를 마쳐 구금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검사의 석방 지휘를 기다리느라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문제가 수사권 개혁과 함께 일부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9년 경찰이 석방 건의한 9179건 중 9137건(99.5%)이 석방 결정을 받았던 만큼, 사실상 연 9000~1만명은 조기 석방이 가능한 사례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현장에서도 효과를 체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수사관은 “경미한 범죄라도 피의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받아서 체포해 조사한다”며 “조사가 끝나면 구금할 필요가 없지만, 조사가 야간에 끝나는 경우 다음날 검사가 출근할 때까지 유치장에 입감하는 경우가 적잖았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법무법인 현의 손병호 변호사도 “과거에는 경찰 내부 보고 절차를 거쳐 석방 건의 서류를 작성하고, 직접 검찰에 접수해 검사의 석방 가부 판단을 받을 때까지 거의 반나절이 걸렸다”며 “무용(無用)한 절차를 개선해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 수사단계 중 체포·구속된 피의자 석방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의 권한에 차이를 두는 규정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형소법에 있는 검사의 일반적 수사 지휘권을 근거로 지휘준칙이 만들어졌다”며 “석방 사유가 있으면 석방 후 통보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사전에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은 전근대적 제도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서 지난해 46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피의자 신분에서 조기에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불송치 종결 사건 처리 기간은 평균 69.8일로, 2020년 불기소 의견 송치 사건 처리기간(59.6일)에 비해 증가했다. 다만 검찰 단계까지 고려하면 평균 6일 가량 처리기간이 단축됐다고 보고 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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