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충분치 못했던 새 방역망
“진단키트 동났다” 일부 시민 헛걸음
1시간은 기본, 선별진료소 끝없는 행렬
신속항원검사 불신…일부 병원 PCR 요구
시민, 바뀐 방식 몰라…안내원 피로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책인 ‘동네방역’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확대 및 동네 병·의원 중심 전환이 폭증하는 검사자 수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검사 방식에 대한 안내도 미흡한 실정이라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새 검사 체계가 의료 현장에 도입된 첫날인 지난 3일, 가족이 입원한 서울 강서구 모 병원에 방문한 남모(35) 씨는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응급상황으로 수술을 앞둔 가족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유전자증폭(PCR) ‘음성’ 결과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 남씨는 “고위험군이 아니라 PCR 검사를 못 받는데 결과를 어떻게 내냐”며 “검사 방식이 바뀌어서 보건소에서 결과를 받기 어렵다”고 병원에 항의했다. 결국 몇 시간 후 병원 측은 “보호자에 한해 PCR 검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같은 날 일부 시민은 동네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서구에 있는 호흡기 전담병원 A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진단키트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이날 오후 사이트에 올라간 병원 명단은 수정됐다. 검사·치료가 가능했던 병원은 208곳으로, 애초 약속한 숫자보다 적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일부 병원으로 몰리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호흡기 전담병원인 B병원은 오후 2시에 이미 코로나 관련 진료를 마감했다. B병원 관계자는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진단키트가 다 떨어졌다”며 “최소 오전에 병원을 방문해야 코로나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별진료소는 여전히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4일 오전 9시 기준 서울 서대문구·마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이른 아침인데도 검사인원이 몰려 대기시간만 90분 이상 소요됐다.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시민들은 최소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전날 서대문구 신촌기차역 임시선별검사소는 마감 전까지 대기번호가 800명을 기록하는 등 검사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보건소를 방문한 이모(30) 씨는 “코로나 검사 결과가 필요해 오전 9시에 일찍 도착했는데도 4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며 “오랜 시간 추위에 떨다 보니 감기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 방식으로 전환한 사실을 모르는 시민도 다수였다. 선별진료소에는 신속항원검사 대기줄과 PCR 대기줄을 헷갈려하는 시민들로 혼잡을 빚었다. 현재 60세 이상과 같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일반군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안내업무를 하는 직원은 “시민들이 바뀐 검사 방식을 잘 알지 못해 새 검사 방식이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사람 수도 방식이 바뀌기 이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를 향한 불신도 여전하다. 일부 검사 결과에서 ‘가짜 양성’이 나오는 등 정확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이나 보호자 출입을 위해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달 26일부터 광주광역시 등 4개 지역 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진행한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 중 일부에서 가짜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양성으로 나온 687건에 대해 PCR 검사를 했더니 76.1%만이 최종 양성으로 판정됐다. 신속항원검사는 증폭 없이 검체 속 바이러스 여부를 따지기에 감염자라도 증상이 미약하거나 검체를 제대로 채취하지 못하면 음성이 나올 수 있다.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확진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만7443명이다. 전날보다 하루 확진자가 4500명 넘게 급증하며 사흘 연속 2만명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총 누적 확진자는 93만4656명으로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7명 줄어든 257명이며,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사적모임 6인 이하·영업시간 오후 9시’ 현행 거리두기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