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7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수준인 ‘AA’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가 크다 해도 지난해 4%의 성장을 해낸 뒤끝이니 예측 가능했던 결과다.

하지만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라면 “우리 경제의 견고한 기초체력과 강한 회복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하기보다는 “대선이 재정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의미 깊게 받아들인다”고 평가해야 옳다. 얼마나 대선후보들의 퍼주기 공약이 난무하고 해외에까지 알려졌으면 글로벌 신평사까지 나서서 재정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경고했겠는가.

피치는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지속적 상승 전망은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잇따른 나랏돈 지출 공약에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이재명, 윤석열 후보자의 이름까지 직접 거명하며 “두 유력한 후보자의 공약들이 선거 이후 중기 재정건전성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선 이후엔 재정 안정화를 이루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올해 본예산 608조원만으로도 울트라 슈퍼 규모인데 70년 만에 처음으로 1월 추경 14조원까지 더해졌다. 이것만으로도 국가채무액은 1000조원을 돌파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선까지 깨진다. 올해 안에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00만원을 넘어선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의 대선공약은 가히 ‘퍼주기 무한경쟁’이다. 추경을 35조원, 5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코로나 피해 보상의 영역이니 그렇다 치자. 이재명 후보의 100만원 청년(19~29세) 기본소득이나 120만원 장년(60~65세) 기본소득은 소외된 다른 연령대의 퍼주기 공약을 기다리게 만든다. 윤석열 후보의 근로소득세 공제액 인상과 부양가족 연령 상향조정 등 비과세 공약은 또 다른 영역의 세금 감면 지르기 공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온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아예 두 후보 같은 목소리다. 재정 포퓰리즘 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돈은 내가 쓰겠지만 뒷 감당은 정부가 하라’는 식이다. 결국 모든 부담은 정부 금고지기인 기재부 몫이다. 최소한의 재정건전성 담보장치인 재정준칙을 마련하지 못한 대가는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다. 문제는 그 덤터기를 국민이 쓴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