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현장노동자 증언대회
“감리도 눈감아…건설현장 현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작은 현장에서는 콘크리트에 크랙(균열)이 가면 (보이지 않게)망치로 긁습니다. 그래도 크랙이 제거되지 않고 그 양이 많으면 콘크리트에 물을 섞은 ‘물콘크리트’를 그냥 부어버립니다. 이를 감리도 묵인해주는 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입니다.(형틀 노동자 윤승재 씨)”
건설·산업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이틀 앞둔 25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개최한 ‘중대재해법 D-2, 공기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는 건설현장의 ‘민낯’을 폭로하는 작업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특히 공사기간(공기) 단축을 위해 부실 시공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알루미늄폼(알폼) 노동자인 김훈 씨는 “한 세대당 바닥 지지대가 3개 세트, 겨울에는 4개 세트가 있어야 하는데 빨리 할 때는 사흘에 한 세대를 작업했다”며 “거푸집을 굳히는 데 28일이 지나야 (콘크리트) 강도의 70%가 나오는 데도 3개 세트를 12일 만에 작업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불법 하도급 구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무리한 비용 절감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타설 노동자인 복기수 씨는 “원청이 하도급을 주려고 타설전문업체들의 타설 오야지(이사)들을 불러 입찰을 받는데, 1㎥당 1만~1만5000원을 받아야 하는 단가를 7500~8500원으로 말도 안 되게 낮은 단가를 내 낙찰받는다”며 “공사비가 깎이고 깎이면서 8~9명을 한 팀으로 운영해야 하는 타설 작업에 5~6명만 투입하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해체정리 작업자인 이승환 씨는 “예정된 점검은 미리 알고 있어 부실 시공 부분을 수정한 상태에서 점검이 이뤄져 아무 의미가 없다”며 “불시 점검을 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건설노조는 이날 아파트 골조(본층) 신축 현장의 노동강도가 사무직의 6배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10명 중 7명은 과도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지난해 5~7월 아파트 골조 현장 알폼 노동자 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5시간이었다. 한국인(9.06시간)보다 중국인(9.48시간), 베트남인(10.28시간) 등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더 길었다.
특히 아파트 본층 알폼 작업은 개당 8.5~25㎏인 알폼 50여 장을 개구부를 통해 1m 이상 들어올리는 ‘받아치기’를 반복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25평짜리 아파트에만 약 230~240장의 알폼이 사용되면서 중노동을 유발한다고 분석됐다.
실제 알폼 노동자들이 1시간당 소모한 평균 칼로리는 134㎉로, 사무직 노동자의 5.86배, 완성차 제조업 노동자의 2.71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심박수로 보더라도 10명 중 7명은 중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는 평균 과로지수(최대 적정 노동시간 대비 실제 노동시간)가 1.5로 집계됐다며, 노동시간을 33% 가량 줄여 하루 7.35시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당된 작업량을 마치면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야리끼리’ 관행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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