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창사 이래 첫 1조원 매출 기록 예상

전직원에게 기본급의 500% 수준 일괄 지급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 TV·전력반도체 호황

13년 만에 흑자 전환 후 ‘황금알 품은 백조’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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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직원에게 500%의 성과급을 일괄 지급키로 했다. DB하이텍은 연간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넘는 적자로 그룹 내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미운오리새끼’가 황금알을 품은 ‘백조’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원에 기본급 500% 일괄지급…창사 이래 처음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DB하이텍은 전직원에게 기본급(계약연봉의 15분의1)의 500% 수준으로 성과급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성과급은 신입 기준으로 1인당 약 1300만~1400만원의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DB하이텍 직원들은 자신의 성과에 따라 계약연봉에 일정 비율을 차등 지급(최대 30%) 받고, 기본급 기준 성과급(PI)을 추가로 받아왔다. 이 PI의 경우 예년에는 400%대 미만 수준에서 개인마다 지급 수준이 상이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전직원에게 기본급의 500%를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DB하이텍이 사상 최초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면서, 이같은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2021년 연결기준 연간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1823억원, 영업이익 3692억원 수준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8468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선 바 있다.

DB하이텍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로 올 들어 TV·가전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 주력 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창사 이래 최고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엔 무선통신칩 제조에 나섰다. 전자기기 전원 장치 등에 들어가는 파워칩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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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공장 전경[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은 지난 12일 130나노미터(㎚·1㎚=10억분의 1m), 110㎚ 기술을 기반으로 RF(무선주파수) 칩 제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실리콘-절연체-실리콘의 3층 구조로 돼 있는 SOI 웨이퍼, 고저항 제품을 만들 수 있는 HRD 웨이퍼 등을 활용하는 게 새로 개발한 공정의 특징이다.

RF프런트엔드 칩은 무선통신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IT 기기 간 송·수신을 담당한다. 5세대(5G) 이동통신의 발달로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 고사양 제품이 들어가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10년 넘게 적자 낸 '미운오리새끼'에서 황금알 품은 '백조'된 DB 하이텍

DB하이텍은 현 김남호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애착을 갖고 키워 온 기업이다. 김 전 회장은 “미래 첨단산업인 IT산업을 발전시켜 일본, 중국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며 일찌감치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IBM과 제휴해 256메가 D램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지만, ‘IMF 위기’가 닥치면서 공장건설을 중단한다는 등 사업 초기부터 큰 위기를 겪는다.

이후 DB는 2001년 반도체 사업 방향을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영역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방향을 바꾸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DB그룹은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해 2006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7년에는 동부일렉트로닉스와 동부한농을 합병한 동부하이텍을 출범시켰다.

DB하이텍이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은 2014년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매출 4937억원, 영업적자 96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이듬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한 지 13년 만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미디어텍,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등의 고객사로부터 전력반도체(PMIC), 카메라이미지센서(CIS), 센서 등을 주문받아 생산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재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은 지난해 월 14만장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도 꾸준히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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