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법시행에도 인력 구할 여력 없어
겸직은 가능하지만 업무량 가중 큰 부담
중기 “우리도 안전한 일터 만들고 싶지만…”
중소기업중앙회, 정부·국회에 협조 호소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법이 시행되면 중대 사고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꾸린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법 시행으로 의무화된 안전 관련 최고책임자 선임을 놓고도 중소기업들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조직,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상시 인력 50인 이상 사업장, 공사금액 80억원 이상 건설현장이 대상이다. 대기업의 경우 전문인력을 신규 채용하거나 관련 경력이 있는 내부 임직원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최소 임원급에 준할 인력을 구할 여력을 갖춘 곳이 드물다. 중대재해법상 최고경영자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고 발생 시 안전책임자 역시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 속에 적임자를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그나마 300인 이하 사업장이나 120억원 미만 건설 사업장의 경우는 기존 임직원의 안전책임자 겸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업무량 가중에 따른 부담도 작지 않다. 직원 100명이 안 되는 한 금형 중소기업 대표는 “안전책임자를 새로 뽑을 형편이 안 돼 공장장이 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안전책임자가 되면 산재예방계획 수립부터, 근로자 교육, 재해 관련통계 기록이나 유지, 위험성 평가 등등 해야 할 산재 관련업무가 한둘이 아닌데, 공장의 생산관리와 이를 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 준수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와 국회,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호소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4일 충남 천안 소재 한 제조기업에서 현장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과 두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호석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지금도 중소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며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누구 하나 법을 완벽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보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해) 우리도 대기업처럼 컨설팅도 받고 전문인력도 채용하고 싶지만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늘어난 대출로 지금의 일자리조차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의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정부의 시설 개선과 전문인력 채용 예산 지원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될 수 있는 입법 보완 ▷안전수칙 준수 등 생산현장 근로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공동 위원장은 “우리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사람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안전경영을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삼고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재해 없는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