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유턴’ 결정에 실망
지난해 이어 사라진 연말대목
“또 자영업자” 규제 반발 조짐
[헤럴드경제=김빛나·강승연·김영철·김희량 기자] “새벽에 근무하는 종업원 2명한테 또 쉬라고 말해야겠네요. 미안해서 어떻게 말해요.” 24시간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하연수(69) 씨는 16일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안이 발표되자 화가 났다. 하씨는 “지난해에도 거리두기 때문에 일한 지 3년 된 종업원들이 쉬어야 했다. 아무리 확산세가 심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어딨냐”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2)씨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씨는 “손님이 더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 대출도 많이 남아있어 밤에 잠도 잘 안 온다”며 “거리두기 강화는 자영업자들한텐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정부가 ‘거리두기 유턴’을 결정하자 자영업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당장 이번 주말부터 영업시간을 줄여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토요일인 18일 0시부터 전국의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4인으로 제한되고, 식당·카페 등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은 혼자 출입하거나, 포장·배달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이나 취식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영업제한에 차이를 뒀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흥시설 등 1그룹과 식당·카페 등 2그룹 시설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가능하다. 단, 청소년 입시학원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사라진 연말 대목에 분노했다. 4인 인원 제한도 걱정이지만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심야 시간에 일하는 직원을 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모(67) 씨는 “새벽 영업도 못 하고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 직원들의 근무시간부터 조정하기로 했다”며 “그래도 안 되면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방역 강화 정책으로 올해 11월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만 6000명 줄었다. 지난해 거리두기 강화로 종사자 수가 대폭 줄었는데, 이보다 더 감소한 것이다.
연말연시 모임을 하기로 한 시민들도 내년을 기약하며 모임을 취소했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오랜만에 토요일(18일) 낮 합정역 부근에서 대학 선배들과 동기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발표 후 바로 취소됐다”며 “하필 모임 인원이 5명이라 한 명만 빠지라고 할 수 없어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뷔페 체인점을 보유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 대목이 날아가서 씁쓸하다”며 “지난해 저녁 2인 이상 모임보다는 이번 조치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모(35) 씨는 “주말에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신혼집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정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며 “결혼식장 예약 인원이 200명인데, 또 정부 방침이 바뀌어 황당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거리두기 강화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식당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자영업을 규제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기존의 손실보상이 현실과 괴리가 심했다. 손실보상 범위와 지원 규모 자체를 재정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는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손실보상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거리두기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장수 한국자영업자협의회(한자협) 공동의장은 “손실보상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다”며 “정부가 충분히 보상을 해 준다면 자영업자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기자회견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후속대책이 나와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함복희(64) 씨는 “이 와중에 건물 주인은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다”며 “정부가 세금 풀어서 마련하는 정책도 좋지만 건물주에 대한 규제·세금 면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정부 규탄 시위를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이후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충원 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며 “정부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졌다”고 밝혔다. 조지현 자대위 공동대표는 “실효성 없는 거리두기는 자영업자만 희생하라는 말이다. 정부 책임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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