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中 언급 안해...美中 사이 균형잡기
격화하는 미중갈등의 거센 파고가 한국으로 밀어닥치는 형국이다.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이어 다분히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중국은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의 동참을 사전차단하려는 모습이다. 안보동맹인 미국은 물론 경제에 이어 정치·군사적으로 몸집을 키우며 주요 2개국(G2)의 한축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는 한국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미중갈등 속 먼저 공세에 나선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9일 110여개국 정부와 시민사회 인사 등을 초청해 화상으로 진행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외부 독재자들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회의 첫 세션 발언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인류가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불평등과 양극화, 혐오와 증오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반부패 성과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다만 중국과 관련해 직접 언급은 물론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간접 표현까지 삼가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개회사나 중국의 공격성에 우려를 표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훼손, 인권 탄압에 집단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미중갈등 격화 속 미국이 주도하는 회의에 참석하되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균형점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올림픽 정부대표단 참석 여부와 관련 “결정하기 이른 시기”라며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이어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동참하기로 한 데 대해 “그러면 선수들은 참 외로울 것 같다”며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성공적 개최 지지 입장이 전해지자 “양국 우호 협력관계와 올림픽 한 가족다운 풍모를 보여준 것”이라며 외교적 보이콧 불참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중갈등의 후폭풍이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는 종전선언에까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을 조율하고 중국으로부터 지지와 건설적 역할 약속을 이끌어낸 상태다. 그러나 종전선언 핵심 관여국인 미중 간 마찰이 첨예화할수록 종전선언으로 가는 여정은 꼬일 수밖에 없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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