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3.5유로의 기적, 우주 탐사 역사 다시쓰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배터리 방전으로 15일(현지시간) 부터 ‘대기모드’(idle mode)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선 이런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혜성 탐사선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었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선 당연한 비판론이지만, 학계와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유럽우주국(ES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제타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약 14억유로(약 1조9000억원)다. 프로젝트 비용은 20개 ESA 회원국이 분담했다.

물리학자 앤드류 스틸은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인 사이언시오그램(Scienceogram)에 이번 프로젝트 비용을 분석한 내용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로제타 프로젝트에 쓰인 돈은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여객기 A380 4.2대의 가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인구 1인당 3.5유로(약 4800원)의 비용을 분담한 셈이다. 이를 다시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 국민이 1년 동안 투자한 돈은 0.2유로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인기몰이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티켓 가격인 8.5유로(약 1만2000원)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14억유로가 쓰였지만 ESA는 이미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며 우주 탐사 역사를 다시 쓰는 성과를 이뤘다.

10년 8개월 간 64억㎞를 날아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킨 유럽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탐사로봇 필레가 대기모드에 들어가면서 향후 정상활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SA가 운영하는 ‘로제타 블로그’는 15일 ‘우리의 탐사로봇이 잠들었다’란 게시물에서 “협정세계시(UTC) 기준 0시36분(한국시간 오전 9시36분)께 필레와 교신이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필레는 대기모드에서 모든 측정기구와 시스템 대부분이 정지되며 지금부터는 태양광을 받아 충분히 충전되기 전까지는 교신이 불가능하다.

필레가 착륙한 지점은 혜성의 하루(자전주기) 12시간 중 1시간30분 정도만 햇볕이 들기 때문에 충분히 충전이 이뤄질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ESA는보고 있다. 하지만 필레의 책임자인 ESA 스테판 울라멕 박사는 “필레가 작동 정지 전 수집한 데이터를 모두 전송했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BBC는 필레가 현재까지 보내온 데이터만으로도 애초 기대했던 1차 연구 목표의 80%가량을 성취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혜성 탐사선 로제타와 탐사로봇 필레가 지금까지 보내온 자료를 통해 앞으로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우주항공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소행성의 지구충돌을 막는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로제타 프로젝트에 대한 학계 여러 전문가들의 기대감을 전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수백명의 일자리까지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토머스 라이터 ESA 우주선 및 오퍼레이션 국장은 BBC에 “20년 간 이번 미션과 개발 비용을 나눠보면 유럽 시민이 연간 부담하는 비용은 몇 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이는 새로운 지식 연구에 공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캠페인(Case)의 사라 메인 박사는 “로제타가 보내온 자료를 통해 이뤄지는 기초 과학적 조사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인 박사는 “우리 사회와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데 우리 주변의 세계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암세포에 대한 메커니즘의 이해 없이는 새로운 암 치료제를 디자인할 수 없다”면서 기초연구의 하방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입자 물리학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디자인된 시스템이었던 월드와이드웹(www)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연구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연구는 많이 있다”며 “정부가 과학 연구에 투자하고 자금을 지원해 수익이 난 것도 있고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