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로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퇴출을 내세웠던 각국의 움직임에 다소의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정부는 탈원전 정책아래 2030년까지 원전비중을 30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낮추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대선후보의 입장은 엇갈린다.

원자력의 빛과 그림자가 다시 조명되는 가운데,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를 통해 체르노빌 참사의 환경적·의학적 영향을 폭로한 케이트 브라운 MIT대 교수가 펴낸 ‘플루토피아-핵 재난의 지구사’(푸른역사)는 다시 한번 경각심을 불러온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핸퍼드와 마야크는 낯선 동네다. 핸퍼드는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을 만든 곳, 세계 최초의 플루토늄 공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핵폐기물처리장이 있다. 저자는 원전 재난사의 시발점, 냉전기 미·소가 핵무기 개발을 위해 만든 플루토늄 도시, 워싱턴의 리치랜드와 우랄의 오죠르스크를 찾아간다. 저자는 이 두 지역을 ‘플루토피아’로 부르는데, 국가가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된 위험과 희생에 동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상적(?) 환경을 제공한 도시를 뜻한다.

저자가 비밀문서와 거주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밝혀낸 원전 피해의 양상은 좀 복잡하다.

플루토피아 주민들은 유토피아를 누리는 대가로 시민적·정치적·생물학적 권리를 “자발적으로” 내놓았다. 건강하게 살 권리를 정부 주택 보조금, 풍부한 재화의 구입, 우수한 치안과 우수한 학교 혜택과 맞바꾼 것이다.

저자는 원전 폭발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서서히 건강을 잠식하는 저준위 방사성 물질의 유출과 위험에 주목한다. 또한 플루토피아가 성차별, 계급화, 인종화된 노동에 바탕했다는 점도 드러낸다.

피폭의 가능성이 높은 일에 여성이 배치됐으며, 미국의 경우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인디언들, 소련의 경우 비슬라브계 소비에트인이나 우랄 지역의 무슬림 선주민들, 죄수들이 동원됐다는 지적이다.저선량 피폭의 피해자가 사회적 최약자라는 사실이다. 플루토피아 근처에 사는 ‘아랫바람사람들’과 ‘하류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책에는 강요된 침묵을 거부하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고, 발언하는 용감한 사람들, 생물학적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플루토피아/케이트 브라운 지음, 우동현 옮김/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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