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무(無)→초격차→가보지 않은 미래
20조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로 새비전 스타트
뉴삼성 진두 지휘…이재용 부회장 시대 전격 열어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수탁생산) 반도체 생산 기지 부지를 본격 확정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경영이 본격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의 비전으로 ‘가보지 않은 미래’를 제시한 가운데, 이번 20조원 시스템 반도체 신규 투자가 그 첫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게 되면서 ‘시스템 반도체 1등’을 향한 이 부회장의 도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1980년대 사실상 ‘무(無)’에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메모리로 ‘초격차’를 확보한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영역인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정상을 향해 선전포고 한 것이다. 메모리 최강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인 비메모리로도 1위에 오르면 이 부회장의 ‘가보지 않은 미래’ 주요 조각이 맞춰지게 된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꼭 하도록 하겠다”며 거침없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 가전’, ‘스마트 카’, ‘스마트 팩토리’ 등 용도와 수요가 무한대로 평가된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AI(인공지능), 5G(세대),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중요성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발표했던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에도 바이오, 6G 통신과 함께 반도체가 주요 축으로 포함돼 있다.
재계에서는 5년 만에 미국 출장에 나선 이 부회장이 발로 뛴 결과 이번 대규모 반도체 투자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는 방침은 정했지만 최종 입지 선정을 결정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 이번 출장이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이 부회장은 최종 입지 선정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던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 CEO 서밋’을 주재했던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이들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투자로 장기적 차원의 반도체 공급망 해결 물꼬가 트이면서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경영 복귀 후 단 열흘만의 출장만으로도 이번 반도체 투자건 외에 삼성전자의 후속 사업 확대 또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을 비롯해 세계적 바이오 기업 모더나 등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와도 회동하며 디지털 전환 동맹을 강화했다.
이는 공식적인 일정에 불과해 비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이 강행군 출장을 이어가며 미래 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인수합병 등의 성과로도 이어질 경우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복귀로 삼성의 경영 시계가 빨라지면서 삼성은 물론 국내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 투자 및 고용 확대 등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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