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 이보영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감독이 다시 만난 ‘피노키오’가 순조로운 첫 걸음을 뗐다. 히트메이커의 작품답게 시청자를 집중시킬 만한 장치와 스토리가 눈에 띄었으나, 드라마는 그들의 전작이 보여준 패턴을 답습했다. ‘너목들’을 조금 더 확장하고 발전시킨 모습이었다.
SBS 새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사회부 수습기자들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12일 방송된 첫회분에서는 화재사고 진압 과정의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며 완전히 부서진 한 소방대원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인공 최달포(이종석 분)의 특별한 성장과정이 펼쳐졌다.
드라마가 설정한 특정 사건이 노출되는 방식은 이 시대의 우리가 보고 듣는 무수한 언론 보도와 다르지 않았다. 언론은 사실에 접근하기 보단 자극적인 보도에 치중했고, 대중은 언론이 풀어놓은 왜곡된 사건의 장면들만 기억했다. 주인공의 억울함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피노키오’ 1회분의 큰 틀이 된 주요 사건은 한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였다.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과정에서 소방대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방송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언론을 통해 소방대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적 화두가 되자, 언론은 그들의 숭고한 죽음에 대가를 치를 희생양을 찾기에 분주했다. 애초의 무리한 진압은 화재 발생 지역에 사람들이 있다는 공장장의 이야기 때문이었으나, 그는 책임을 피하기위해 경찰에 거짓진술을 한다. 거기에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목격자의 증언이 더해져 주인공 최달포의 아버지인 소방서 팀장은 한 순간에 화재현장의 과잉 진압을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대원들을 버리고 홀로 살아남아 도망친 범죄자로 몰리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어린 형제는 자극적인 취재의 사냥감이 되며 벼랑 끝에 내몰렸고, 세상의 질타를 끌어안은 어머니는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며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무지한 폭력은 억울함을 품게 했지만 소년은 강단있고 영민했다. 그럼에도 힘이 없어 진실에는 다가설 여력조차 없었다. 억울한 분노를 품은 소년은 세상의 눈을 피해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성장하게 된다.
이 사건은 결국 ‘피노키오’ 속 남주인공 최달포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단서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드라마가 사건을 만들고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박혜련 작가의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보여준 과정과 흡사했다.
‘너목들’에선 어린시절 학교 친구의 거짓말로 억울한 누명을 썼던 여주인공이 국선변호사가 성장했으나, 세상의 진실이나 진리에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며 돈벌이에만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강자의 말이 곧 진실이자 진리라는 부조리를 마주했던 어린시절 사건이 여주인공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주요한 단서가 됐던 방식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이후 다양한 사건들을 맡으며 변호사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피노키오’ 역시 같은 방향을 그려가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전작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사연들을 끌어안아 발전시켰다.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는 물론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한다’는 가상의 피노키오 증후군과 거짓된 진실의 피해자가 된 주인공이 진실도 조작해 무고한 사람도 추락시킬 수 있는 기자 직업을 가진다는 설정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방송이었다.
‘피노키오’ 첫 회분은 전국 기준 7.8%, 수도권 기준 8.4%(닐슨코리아 집계)로 테이프를 끊었다. 전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마지막회 시청률보다 2.3% 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미스터백’은 11.6%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 안방의 1위에 올랐고, KBS2 ‘아이언맨’은 3.2%의 전국 시청률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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