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논란 한국에 주는 물음

임기 5년만에 친원전 대표주자로

기후변화 대응 ‘필수불가결’ 판단

반기문 “정부 차원 검토 필요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TV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에서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TV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에서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AFP]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역대급 ‘태세 전환’에 프랑스 정가가 떠들썩하다. 취임 초 ‘탈(脫) 원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임기 5년 만에 ‘친(親) 원전’의 대표 주자로 자신의 모습을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는 각계각층의 우려에도 탈 원전 입장을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 대조되는 행보라 더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오후 TV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에서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원자로를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몇 주 안에 후속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가브리엘 아탈 정부 대변인이 말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 전력공사 EDF는 마크롱 대통령의 신규 원자로 건설 계획과 관련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동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친 원전 행보는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계획에는 10억유로(약 1조3632억원)를 원전 사업에 투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임기 초부터 최근까지 마크롱 대통령이 보여온 행보와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초 당시 프랑스 전력 생산에서 75%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겠다고 했었다. 여기에 2018년 11월엔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해 2035년까지 원전 발전 비율을 50%까지 낮추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이 신규 원자로를 짓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이어져온 프랑스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상징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에너지 관련 주요 국제기구 등이 강화된 국가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전 확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 역시 ‘지그재그’ 행보에 대한 비판과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장 프랑스 녹색당(EELV) 대선 후보 야닉 자도를 보좌하는 산드린 후소는 “원자력은 소비 방식, 생활 방식, 에너지 소비 등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며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원전은 없다”고 비판했다.

우파 공화당(LR)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도 프랑스앵테르 라디오에서 “원전 12개를 폐쇄하겠다고 해놓고 우파 진영에서 압력이 있으니 지그재그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친 원전 행보를 두고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전환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프랑스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가 유력하다고 관측되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5개월을 앞두고 일종의 대선 공약을 낸 것이란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자 이에 대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 대년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9일 대국민 담화를 놓고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위장 선거 유세라 강력 반발했다.

이 같은 마크롱 대통령의 변신은 각계각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탈 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정부는 프랑스 등 전 세계 각국의 ‘원전 유턴’ 현상에도 불구하고 2080년까지 탈원전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문 정부는 원전 확대 등의 방안을 배제한 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의 방법만으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마저도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 2021)’ 기조 연설에서 “정부 차원에서 (원전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며 쓴소리 대열에 동참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