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이 요즘처럼 뜨거웠던 적이 있나 싶다.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오늘날 인류의 문명을 책임져왔던 영광을 뒤로하고 무대에서 퇴장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대체에너지에 대한 인류적 고민이 시작됐다.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는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인 간헐성을 커버할 수 있고 고출력,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대형 상용차는 전기차로 전환이 어려워 수소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수소에너지가 가진 성장성과 확장성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설비투자,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SK그룹은 국내 수소생태계 구축에 18조5000억원을, 포스코그룹은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각각 선언했다. 효성, 한화, 롯데그룹 등도 수소사업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렇게 판을 깔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책은 눈에 띄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원책은커녕 최근 환경부는 CO₂를 제거한 수소인 블루수소를 K택소노미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들에 ‘블루수소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을 하지 마라’는 얘기인데 최근 잇단 순방을 통해 수소외교에 열심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도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해결이 어려워 그렇지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탄소를 배출하는 양 자체를 줄이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탄소를 포집하거나 흡수할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100%를 충당할 수 없다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기술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은 대규모 오일컴퍼니들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층에 탄소를 주입하는 방식(EOR·Enhenced Oil Recovery)을 1900년대 초반부터 사용해왔기에 새삼스러운 신기술은 아니다.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기에 정부 지원이 없이는 대대적인 확대가 불가능하다.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거나 또는 해외에 저장하기 위해 탄소를 운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면 이들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인데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결국은 천연가스나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때 배출되는 탄소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민·관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수소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국은 수소차 보급만 전 세계 1위일 뿐, 수소 생산, 저장과 운송, 충전 등 수소생태계 분야에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탄소를 배출한다는 이유만으로 한쪽으로 몰아 고사시킬 것이 아니라 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된다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온 나라를 태양광패널로 덮거나 전기 사용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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