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년 ‘상정고금예문 금속활자인쇄’ 기록

1377년 금속활자로 직지인쇄 현존-獨 무시

1434년 무수히 많은 책 펴낸 활자진본, 발굴!

1455년 구텐베르크 성경 금속활자 인쇄 발표

고궁박 6월 인사동 출토유물 연말까지 공개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구텐베르크의 독일이 버티다 버티다 마침내 금속활자 최초 발명기록을 포기하도록 만든 서울 인사동 출토 금속활자 등 유물이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공개된다.

세계최초 실물 금속활자
세계최초 실물 금속활자

고려시대 상정고금예문을 1234년 금속활자로 찍어냈다는 기록이 있음에도 기록물이 없어 인정받지 못했고, 1377년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가 현존함에도 독일측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1434년 금속활자 금속덩어리가 나오자 마침내 독일도 세계최초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구텐베르크가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어냈다던 성경은 1455년 판이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기술을 한국에서 배워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과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은 오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Ⅱ에서 지난 6월 서울특별시 인사동에서 발굴한 유물 1755점을 모두 선보이는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1부 ‘인사동 발굴로 드러난 조선 전기 금속활자’, 2부 ‘일성정시의와 조선 전기 천문학’ 등 총 2부로 구성하였다.

지난 6월 발굴 당시,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되어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 등은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화제를 모았던 금속활자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조선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음에 관한 운서(韻書)로, 중국의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사용된 ㅭ, ㆆ, ㅸ 등 기록이다.

세계최초 금속활자
세계최초 금속활자

1부에서는 한 점의 깨진 도기항아리가 등장하는데, 발굴 당시에 금속활자들이 담겨져 있던 그릇이다. 그릇을 지나면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1300여 점의 활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맞은편에는 주조 시기가 밝혀진 304점의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활자가 전시되어 있다.

갑인자는 1434년(세종 16) 경연에 있던 효순사실(孝順事實) 등 서책의 글자를 자본(字本)으로 삼고, 부족한 글자는 수양대군(훗날, 세조)이 모사한 글자로 보충하여 만든 20여 만자 금속활자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을해자, 을유자가 나왔다.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는 갑인자(1434, 세종 16년) 48점, 을해자(1455, 세조 1년) 42점, 을유자(1465, 세조 11년) 214점이다. 활자 중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 ‘근사록(近思錄)’(1435, 보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두 글자를 포함해 형태와 모양이 같은 활자 48점을 골라 책자와 함께 전시하였다.

을해자와 을유자로 확인된 활자는 각 ‘능엄경’(1461, 보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과『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글자를 확인했고, 해당 활자들이 을해자와 을유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능엄경
능엄경

전시된 금속활자를 관람객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전시장 여러 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하였다. 또한, 주조를 담당했던 ‘주자소 현판’과 조선 시대 활자 주조의 연혁이 적혀 있는 ‘주자사실 현판’도 이번 전시를 통하여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들을 소개한다,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다.

1437년(세종 19)에 국왕의 명으로 처음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크기를 소형화한 시계다. 낮에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로, 그동안 기록으로만 확인되다가 처음으로 실물이 출토되었고, 비록 3개의 고리 중 한 개는 일부만 출토되었지만, 다행히도 전체 모습은 알 수 있다.

또한,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인 ‘소일영’(小日影)을 전시하였다.

소일영
소일영
일성성시의
일성성시의

해시계인 소일영은 눈금표가 새겨진 둥근 고리와 받침대, 석제 받침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밖에 직사각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자동 물시계 부속품인 ‘일전(一箭)’을 볼 수 있다. 자동 물시계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인형이 있는데, ‘일전’은 바로 그 인형을 작동시키는 구슬을 방출하는 부품이다. 이 일전이 자동물시계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를 담은 영상도 공개된다.

공개유물 가운데 제작 연대가 확실한 1점의 승자총통(1583년)과 7점의 소승자총통(1588년)도 볼 수 있다. 이 총통에는 제작한 장인의 이름, 제작 연도, 총통의 무게와 화약량 등이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제작 연도(1535년)가 적혀진 동종(銅鐘) 파편과 정륭원보,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일전
일전
승자총통
승자총통
동종
동종

이번 전시는 인사동 발굴 현장의 하루와 발굴 참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도 공개된다. 또한, 음악가 박다울 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직접 작곡하여 공개해 특별함을 더했다. 11월 둘째 주에는 박다울 씨가 전시실에서 직접 연주한 영상을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록과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한다. 도록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 11월 둘째 주부터는 인사동 발굴 이야기를 담은 영상, 전시해설 영상 각 1편을 문화재청과 박물관 유튜브로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실 전경, 유물설명, 사진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제작하여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LG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후원하였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