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대면편취’로 진화
3배 폭증...비대면보다 많아져
코로나19가 일상을 뒤 흔든 2020년에도 보이스피싱은 진화했다. ‘비대면’이 삶의 기본값으로 자리잡는 와중에도 보이스피싱 만큼은 ‘대면’으로 한층 더 세를 불렸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이른바 ‘대면편취’ 방식으로 범죄의 패러다임이 이동한 것이다. ▶관련기사 4면
그러면서 ‘심부름꾼’들이 등장했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이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이들을 ‘현금 수금책’이라 부른다. 인간 대포통장 노릇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엔 삭막한 현실에 등떠밀려, 범죄에 올라탄 평범한 청년들이 대거 섞였다. 보이스피싱의 수뇌부는 수익금만 삼킨 채 음지로 더 숨어들었다.
헤럴드경제는 3부에 걸쳐서 ‘인간 대포통장’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102명의 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장기간 취업준비 중인 청년, 코로나19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생활비를 보태려던 주부 등이 ‘그 일’에 엮였다. 그들이 연루된 배경과, 보이스피싱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평범한 이들이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이다.
대면편취. 얼굴을 마주한 채로 재물을 빼앗다는 의미다. 국회 오영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를 통틀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대면편취 사건은 1만5111건. 경찰이 분류하는 8가지 보이스피싱 피해유형 가운데 47.7%를 차지했다. 2019년 발생건수(3244건)와 견주면 365% 늘었다.
올해는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1만6840건의 대면편취 사건이 보고됐다. 이미 지난해 1년치를 넘어섰다.
대면편취는 ‘보이스피싱=비대면 사기’라는 등식을 깨뜨린다. 그간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간은 계좌이체였다. 조직원이 전화로 접근해 검찰청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뒤 여러 구실을 내세워 피해자가 돈을 보내게 유도했다.
이 양상은 지난해 뒤집혀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이체 유형은 발생건수는 2019년 3만517건에서 2020년 1만596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면편취 방식은 3배 가까이 불었다. 이 유형에선 사람이 대포통장(사기금융계좌) 역할을 수행한다. 이른바 ‘인간 대포통장’이다.
경찰청은 서울 31개 경찰서에서 붙잡은 현금 수거책 578명의 검거보고서를 전수분석한 자료를 제공했다. 97.6%가 “구인광고를 보고 연루됐다”고 진술했다. SNS와 구인구직플랫폼 등에 올라온 일자리 정보들이 대다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을 겨냥해 ‘미끼 정보’를 던지고 이걸 무는 이들을 교묘하게 포섭했다.
검거자 가운데 20대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30대는 103명(17.8%)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선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연루되는 일이 잦아졌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거쳐 대개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2020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판결문 253건을 확보해 범죄, 처벌 경향을 확인했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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