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소비자 행동·시장 10년 당겨져
실례로 전자상거래 8주 새 10년치 성장
15년 내 대학25% 폐교…교육은 모듈화
빅테크 행보 주목…아마존은 헬스케어로
빨라진 변화속도 발맞춰 기회 선점하고
개인·정부 연대 취약층 사다리 만들어야
‘사회와 비즈니스, 개인과 관련된 모든 추세가 10년이나 앞당겨졌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꼽히는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가 코로나시대를 한마디로 집약한 말이다. 한 예로 전자상거래는 2000년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 매년 1퍼센트씩 성장, 2020년 초엔 소매 거래의 약 16퍼센트를 차지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한지 8주 만에 27퍼센트로 급증했다. 10년치 성장이 8주만에 일어난 것이다. 또한 애플의 가치가 1조 달러가 되기까지 42년이 걸렸는데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가 되는 데는 고작 20주(2020년 3~8월)가 걸렸다.
말하자면 지금은 우리가 코로나 이전 상정했던 2030년이라는 얘기다. 설령 회사가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해 있지 못했더라도 소비자 행동과 시장은 이미 2030년에 와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IT공룡 ‘빅4’’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낱낱이 분석한 베스트셀러 ‘플랫폼 제국의 미래’ 의 저자인 갤러웨이 교수는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거대한 가속’(리더스북)에서 코로나19가 바꾼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기회를 잡을 것인지 비즈니스 판도, 교육 시장, 정부의 역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갤러웨이는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결정적인 영향으로 속도를 주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
우선 각 기업들은 2030년에 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팬데믹은 이미 기업들을 일정 부분 정리했다. 대형 IT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은 주가가 곤두박질 쳤지만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 뒤에 ‘잔인하게 학살당한 ’ 파산 기업의 길고 충격적인 명단을 갤러웨이 교수는 공개한다.
“도태 과정이 끝나고 다시금 단비가 내리면 이전보다 개체수가 적어진 코끼리들에게 돌아갈 먹이는 더 많아진다”며 “현금과 부채 담보가 있고 주식 가치가 높은 기업은 곤경에 처한 경쟁사의 자산을 인수하고 시장을 통합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위기엔 ‘전략적 스펙트럼’이 필요하다. 즉 기술, 운송, 접객 등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각 분야 내에서 브랜드, 제무제표 등 주요 지표의 상대적 강점에 따라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갤러웨이는 신속하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교환되는 세상에서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손쉽게 비용구조를 바꾸는 자본의 경량화가 생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빅4의 행보다. 빅테크의 역량을 꿰뚫고 있는 갤러웨이는 이들이 공룡화된 과정과 이름 뿐인 독과점· 콘텐츠 규제를 지적하며 최근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소개한다. 특히 이들이 투자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향후 수익을 1조달러 가까이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노리는 먹잇감에 대한 분석은 눈길을 끈다. 우선 아마존은 막대한 회원 정보를 소유한 이점을 활용, 헬스케어와 보험 진출이 예상된다. 프라임 헬스 회원들은 알렉사가 알려주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적합한 의사를 찾는 게 가능해진다. 반복 매출 ‘런들(rundle)’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선택할 두 번째 웨어러블, 광고업체보다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춘 구글과 페이스북의 새로운 시도 등은 지나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장 지배자에게만 기회가 있는 게 아니다. 기회의 창은 신생기업들에게 확 열렸다. 책은 성공하는 시장 교란자와 무늬만 화려한 스타트업을 구별하며 주목할 만한 도전자들을 낱낱이 해부한다. 또 테슬라와 쇼피파이, 트위터, 위워크 등 도전자와 지배자의 경계에 서있는 기업들의 행보 예측도 관전 포인트다.
저자는 코로나가 바꿔놓은 혁신의 또 다른 장인 교육 현장도 해부하는데, 15년 안에 대학의 25%가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대학과 달리 코로나 19가 촉발한 원격 교육에 따른 것이다.
등록금 값어치를 못하는 10~30%의 대학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학교는 벤처캐피털이나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커리큘럼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학기는 4개월이 아닌 4~6주짜리 모듈로 전환되고 온라인 교육은 규모의 확대를 불러오게 될 것으로 본다. 명문대의 특권적 가치는 사라진다.
코로나 팬데믹은 공공서비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며, 양극화의 심화란 숙제를 남겼다. 저자는 혁신과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가 효율적으로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취약 계층에게 위로 올라갈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책은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기업과 개인이 직시해야 할 흐름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거대한 가속/스콧 갤러웨이 지음, 박선령 옴김/리더스북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