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교양PD가 만들어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연 SBS ‘짝’의 남규홍 PD가 새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군주’라 명명할 유명인사 두 사람이 ‘특정한 공간’(일대일궁)에서 이틀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큰 골격은 ‘토크’이나 진행자도, 정해진 주제도 없다. 다만 ‘일대일궁’에서 지켜야할 ‘12대전’이 수칙으로 등장한다. ‘애정촌’이라는 공간에 12명의 남녀가 모여 ‘12강령’을 준수하며 7일의 시간을 보낸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의 포맷에 토크가 더해진 프로그램,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SBS)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탈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의 기획의도는 거창하다.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스님이 살아생전 조우했다면 과연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두 명의 유명인을 통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그 의도다.

남규홍 PD는 지난 11일 서울 SBS 목동 사옥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일대일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라 생각해 그 관계를 조명하고 싶었다”며 “잘 나가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역사가 창조되는 것을 무수히 봐왔다. 그런 사람들의 만남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파장을 미칠지 보고 싶었고,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했다”며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남 PD의 전작인 ‘짝’을 통한 학습효과가 없다면 특정한 공간을 설정해 두 사람의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방식은 꽤 흥미로운 시도로 비칠 수 있지만, ‘일대일’은 이미 기시감부터 드는게 사실이다.

남 PD는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펼쳐보이는 과정을 어떻게 보일까 하는 고민하던 중 이들을 위한 또 다른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며 “두 사람이 사회에서 가지는 위치를 잊고 오로지 사람과 사람에게만 주목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설정한 '가상의 공간'의 주인공이 된 정상급 유명인사 2인은 ‘정상회담’이라는 포맷에 맞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기존의 토크프로그램처럼 진행자가 존재하진 않는다.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과 설정이 사전에 계획되긴 하나, ‘일대일’을 만들어가는 힘은 오로지 두 사람에게서 나온다. 남규홍 PD는 이 지점을 기존 토크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 두고 두 사람의 역량으로 “또 다른 차원의 토크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미 EBS의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용서’처럼 입장이 다른 두 사람(진보논객 진중권-젊은 보수 이준석)을 특수한 환경(등산 등)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한 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토크 프로그램을 봐왔기에, MC 없는 토크쇼와 유명인사 게스트 2인의 섭외라는 프로그램의 방식이 그리 참신한 시도로 비치지는 않는다.

그럴지라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교양 프로그램으로서 가지는 느린 호흡이 강점이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여타 프로그램과는 달리 차분한 관찰자 시점의 연출은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단 하나로 설정해 게스트를 불러들이고 그 곳에 들어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미처 알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토크 프로그램의 진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등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시대에,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의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그릇만 달리한 휴먼 토크쇼일 뿐이다.

결국 제작진이 내걸었던 애초의 발상처럼 ‘김수환 추기경과 성철 스님의 생전 조우’에 버금가는 특별한 캐스팅과 그 두 사람이 빚어내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일대일’의 묘수가 될 것으로 비친다.

남규홍 PD는 “기획 단계에서 출연자 선정을 놓고 100여명과 논의했다”며 “출연자에 한계나 설정을 두지 않는다.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 정상에 오른 사람, 방송으로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캐스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소영 작가 역시 “서로 반대의 위치에 있거나 라이벌인 사람, 정치색이 다른 사람들도 섭외대상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첫회부터 범접할 수 없는 사자와 호랑이를 섭외한다면 우리가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대일’이 어떤 프로그램이라고 규정되는 것은 싫었기에 서장훈과 강풀을 첫 게스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파일럿으로 출발해 정규편성을 염두한 프로그램으로 ‘일대일’의 출발을 알렸으나, 현재 SBS에선 정규 편성과 관련한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시대의 특별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출연자들에겐 행복을, 시청자에겐 의미를 주고 싶다”(남규홍 PD)는 ‘일대일’의 첫 게스트로는 공통점이라고는 나이 밖에 없는 농구선수 서장훈(41)과 만화가 강풀(41)을 출연시켰다. 12일 밤 11시 15분 첫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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