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일시해제 연장 시 각서 써낸 외국인 진정에

인권위 “각서, 법적근거 없어”…재발방지안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강제퇴거·보호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산업재해 치료, 보상 등을 이유로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을 때 각서를 요구한 출입국 당국의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관련 업무 처리 시 법적 근거가 없는 각서 징구(徵求) 행위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등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2004년 11월 한국에 단기방문 비자로 입국한 후 현재까지 미등록 상태로 체류하던 우즈베키스탄계 외국인 B씨는 지난해 8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경찰과 당국에 적발돼 강제퇴거·보호명령을 받았다.

당시 요리사로 근무하던 식당 주방에서 미끄러져 손가락이 골절됐던 B씨는 출국 준비 기간 필요를 이유로 보호일시해제를 신청해 보증금 2000만원을 조건으로 1개월의 기간을 허가받았다.

이후 B씨는 산업재해로 인한 수술·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보호일시해제 기간을 1개월 연장했고, 같은해 10월에는 A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산재 보상을 위한 기간 재연장을 신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은 B씨에게 보호일시해제 기간 연장 조건으로 본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권을 구매와 자진출국각서 작성·제출을 요구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출국 항공편을 구매하고, 직원이 불러주는 대로 ‘지정일까지 출국하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써서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각서 등의 제출 요구는 출입국관리법이나, 하위 법령에서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법적 근거 없는 각서 징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각서의 내용이 진정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었고, 권리 구제 기회 포기 등을 포함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것을 사실상 강요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필요 이상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