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선후보 선정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공약도 등장하고 있다.
여성부와 통일부 존폐 논란에 이어 인재혁신부와 국가돌봄청, 에너지부와 디지털부, 우주청, 지식재산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 비전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행정 체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부장과 코로나19, 디지털 뉴딜과 탄소중립 등 최근의 주요 이슈를 관통하는 과학기술 행정 체계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 부침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제기된 지적 사항에 대한 보완과 강화도 필요하다.
우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범부처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에 30여개 부처가 참여하는 현실을 반영해 과학기술이 모든 부처와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각 부처의 정책 수요를 발굴해 범부처 R&D 지원 시스템을 통해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수요 부처가 활용할 수 있도록 환류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R&D뿐만 아니라 국가기술혁신체계(NIS) 전반을 담당해야 한다. R&D의 씨앗이 산업화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조세, 금융, 규제, 표준 등 전 주기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R&D정책만 따로 떼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지역 균형발전 등 범부처의 혁신 정책 전반을 묶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과학기술외교와 국제협력 창구로서의 총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기 협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기 협력 창구를 중심으로 국가 외교 전략과 연계한 과기 협력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별·기관별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협력사업들을 조정해 국익에 부합하는 일관되고 전략적인 과기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정부 30조원과 민간 70조원을 아우르는 ‘국가 R&D 100조원 시대’의 국가 혁신 전략을 총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기술 분야별 ‘국가 과학기술 최고 책임자(National CTO)’를 둬 해당 분야 R&D 기획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기를 담당하도록 하면 어떨까.
다섯째, 청와대와 총리실도 과학기술 담당 수석 신설 등 국가 기술혁신 체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조직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과학기술 이슈를 총괄 관리·조정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 국회 또한 과학기술 전담 상임위를 신설해 국가 전반의 혁신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과 인류의 번영을 좌우하는 시대다.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과 과학기술 중심사회 실현은 현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과학기술부총리 카드를 다시 한번 고민할 때다.
다만, 과거 사례를 답습하는 것은 곤란하다. 과학기술부총리는 범부처 혁신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을 가져야 한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부총리가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 삶의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