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단독·졸속으로 강행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이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여당의 입법에 대한 ‘찬성여론’으로 둔갑시키고, 법과 돈으로 협박해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 말대로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에 따른 피해자 구제를 할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작 ‘언론개혁’을 주장해왔던 시민단체들조차 허점이 많다고 비판한다. 결국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이 사회갈등과 쟁점을 다루지 못하게 함으로써 정권의 ‘입맛’대로 여론을 통제하고 사회의 공기(公器)를 기득권의 선전과 변호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왜 이렇게 언론중재법에 집착할까. 노무현 정부 이래 이어진 “언론에 당했다”는 여당 정치인들의 피해의식과 “언론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강성 지지층의 부채의식,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정권 말기의 조급증이 빚어낸 ‘괴작’은 아닐까.

이 법은 언론 자유엔 ‘악성’이고, 피해자 구제엔 ‘무용’하다. 악용이 되면 부당한 권력을 유지하고 부정·비리를 은폐하며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망가뜨릴 수 있다. 사회적 갈등과 첨예한 쟁점으로부터 언론을 배제시키고, 강력한 홍보 수단과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막강한 자본을 가진 기득권 세력의 시장으로 공론의 장을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신설 ▷정정 보도를 해당 언론 보도와 같은 시간, 분량 및 크기로 보도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온전히 증명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분쟁 소지가 있는 기사는 아예 온라인에서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만일 이 법대로라면 전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의 중요한 언론 보도들이 과연 가능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기사가 ‘열람 차단’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피해자 구제는 쉬울까.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의 고의·중과실’은 피해자인 시민이 입증해야 한다. 의료 사고의 경우 환자 측이 병원이나 의료인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 의료법과 대체로 같은 구조다. 일반인에겐 무용지물이거나 막강한 법적·재정적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강자’에게만 의미 있는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짜 뉴스를 방지하기보다는 진짜 뉴스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는, 언론의 허위 보도나 위법행위에 대해선 현재의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형법·정보통신망법 등의 명예훼손죄, 민법상 손해배상 등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데도 있다.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여론조사를 들어 줄곧 “국민 다수가 원한다”고 말해왔다. 여론조사의 편향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차치하고라도 만일 여론조사로만 정할 것 같으면 여당은 기꺼이 다음 정권을 내주시려는가 물어보고 싶다. 예외 없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응답이 ‘정권유지’보다 많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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