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즐겨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日, ‘K-드라마’ 열풍과 깻잎 기능성 부각되며 주목 시작
한국 맛을 가진 ‘허브’로 수출 확대 기대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깻잎은 쌈 채소의 주인공인 동시에 절임반찬이나 탕요리, 전, 김밥, 부각 등에 활용된다. 볶음요리나 순대·떡볶이에서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리로 깻잎을 먹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깻잎은 우리나라에서만 즐겨먹는 채소다. 그래서일까. 해외에서 깻잎은 영문명(perilla leaf)과 함께 ‘코리안 페릴라(Korean perilla)’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인만 먹는 ‘허브’ 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깻잎은 맛과 영양소가 풍부하기에 우리만 이러한 혜택을 받기에는 다소 ‘아쉬운’ 채소다. 다행히 최근에는 깻잎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기능성표시 식품’으로 등록, 꽃가루 알레르기에 좋은 성분 인정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산 파프리카, 딸기, 포도 등과 함께 깻잎을 새로운 수출 주력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결정에는 일본에서 늘어나기 시작한 깻잎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산 깻잎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이 상품에는 로즈마린산이 포함됩니다. 로즈마린산에는 꽃가루나 먼지 등의 불쾌감을 낮춰준다는 내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라는 기능성 표시 문구가 적힌 한국산 깻잎이 판매중이다. 국내에서는 깻잎의 로즈마리산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아 큰 역할이 기대되는 기능성 성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일본지사 관계자는 “깻잎은 일본에서 아직 생소한 채소이지만 기능성 표시식품 등록과 높은 항산화력이 인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입지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깻잎의 항산화력은 일본 토야마현 농림수산종합기술센터 식품연구소가 내놓은 결과이다. 현내의 농산물 및 가공품 34품목의 항산화력(ORAC측정)을 분석한 결과, 깻잎의 항산화력 수치는 119로, 가장 높게 측정됐다.
일본 내 ‘K-드라마’ 열풍도 깻잎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삼겹살을 깻잎에 올려서 맛있게 쌈을 싸먹는다. 드라마의 인기로 이러한 한국 식문화를 따라하려는 일본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현지에도 ‘일본 깻잎’이라 불리는 ‘시소(Shiso)’가 있지만 이는 깻잎과는 다른 종류로,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깻잎 특유의 맛과 향, ‘한국 고유의 맛’으로 알려야
가까운 일본 외에도 깻잎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수출 증가를 기대해 볼 만하다. 깻잎은 우수한 영양소를 지닌 채소이기 때문이다. 높은 항산화력도 가졌지만 칼슘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깻잎 100g당 칼슘 296㎎이 들어있으며, 이는 쌈 채소의 경쟁자 상추(95g/㎎)와 슈퍼푸드 강자인 시금치(42g/㎎)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항산화 효능과 시력 보호에 좋은 베타카로틴 역시 대표 식품으로 알려진 당근(5516㎍/100g)보다 약 1.4배(7565㎍/100g) 많다. 철분도 풍부해 여성이나 임산부들이 철분제 대신 천연식품으로 챙겨먹기 좋은 채소다.
특히 일본에서 주목받은 로즈마린산은 피부 건강이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식품화학(Food chmistry, 2004)에 따르면 깻잎과 다른 허브와의 로즈마린산 함량(㎎/g)을 비교한 결과, 밤(Balm)은 27.4 , 스피아민트(Spearmint)는 14.3, 로즈마리(Rosmary)는 11 에 그친 반면 깻잎의 경우 적게는 14.1에서 최대 76.3 까지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양소가 풍부한 깻잎의 최대 약점은 외국인에게 생소한 향과 맛에 있다. 까끌까끌한 표면과 고수 못지 않은 강렬한 향은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깻잎 특유의 향과 맛은 오히려 고기 잡내를 없애준다는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깻잎에 들어있는 페릴라알데하이드 등의 식물성 정유 성분은 잡내와 함께 고기·생선요리의 느끼하고 비린 맛을 잡아준다. 감자탕이나 곱창볶음 등에 깻잎을 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전 세계는 에스닉 푸드(Ethnic Food, 이국적 요리) 트렌드가 일면서 아시아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에스닉푸드와 한류열풍으로 한국 식문화를 경험해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한국 ‘허브’인 깻잎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중적인 바게트에 고수 하나만 집어넣어도 베트남 음식이 되는 것처럼 깻잎은 한국 분위기를 내는 전통 식재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깻잎을 일상적으로 먹는 국가가 한국 뿐이라는 사실은 분명 활용가치가 높은 희소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