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인력 축소 ‘대피’ 규정 거부…“외교 임무 계속”

CNN “駐아프간 美 대사관을 카불 공항으로 이전도 고려 중”

미군 3000명 일시 배치…대사관 직원 안전 이동 지원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평화 협상 장소에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 측 대표단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평화 협상 장소에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 측 대표단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거듭된 지원 약속에도 미국이 빠른 속도로 아프간을 장악 중인 무장 반군 탈레반에 대한 대응을 사실상 포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능성이 언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간 주재 대사관 인력 감축을 전격 감축한데다 아프간 주재 미국 시민들의 즉각적인 철수까지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탈레반의 진군 속도가 빨라지는 안보 상황에 맞춰 수주 내에 대사관 직원을 핵심 외교 인력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 축소를 ‘대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며 “우리 대사관은 열려 있고 외교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의 모습. 대사관 창문에 미 국기인 성조기와 그 뒤를 날아가는 헬기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AF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의 모습. 대사관 창문에 미 국기인 성조기와 그 뒤를 날아가는 헬기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AFP]

이런 가운데 미 CNN 방송은 미 정부 관리와 서방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현재 위치에서 카불 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해 탈출해야 하는 긴급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곧장 나왔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군이 지금은 90일 이내에 수도가 탈레반에 함락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당국자는 한 달 내에 이 일이 생길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 내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기 이동시키기 위해 3000명의 부대를 일시적으로 아프간에 배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간 내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기 이동시키기 위해 3000명의 부대를 일시적으로 아프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AP]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간 내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기 이동시키기 위해 3000명의 부대를 일시적으로 아프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AP]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병 사실에 대해 “매우 일시적 작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오는 31일까지 미군을 완전히 철군한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철군 이후 카불의 미래에 대해선 추측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아프간 내 미국 시민들에게 활용 가능한 상업 항공을 이용해 즉시 아프간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현재 호치민)이 북베트남에 함락되기 직전 남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있는 모습. [위키백과]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현재 호치민)이 북베트남에 함락되기 직전 남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있는 모습. [위키백과]

탈레반의 수중에 아프간 제2, 제3 도시인 칸다하르와 헤라트가 떨어지자 일각에선 남베트남의 패망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이공 최후의 날’과 유사한 ‘카불 최후의 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