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0%·수출 85% 비중 차지
팬데믹 현실 든든한 경제 버팀목
안으론 규제일변도 정책 옥죄고
밖으론 통상압력·인재경쟁 밀려
현장 “미래 갈수록 어두워” 한탄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입국(立國·나라를 세우다)했으니, 제조업을 반드시 살려나가야 한다.”(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한국은 미국·중국·일본·독일과 함께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힌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전체 수출액의 8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제조업의 미래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안으로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 이어지고 해마다 악화하는 노동시장 경직성, 외국인 투자 감소, 반기업정서, 경영 의지를 꺾는 막대한 상속세와 법인세가 기업을 옥죈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속 강대국들의 신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이들과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경제계 안팎에서 “한국 제조업 성장엔진이 빠른 속도로 멈추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당장 국내 제조업에 대한 투자 악화가 눈에 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제조업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ODI) 금액은 연평균 12조4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FDI)는 이에 절반도 안 되는 연평균 4조9000억원에 그쳤다. 매년 직접투자 순유출액만 7조5000억원이 이뤄진 셈이다. 이를 일자리로 환산하면 10년 동안 49만1000개가 해외로 유출된 것과 같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4대 그룹이 천문학적인 해외 투자를 결정하고 미국 등 현지 제조업에 대한 대대적인 확대에 나서고 있어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해외투자 증가를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국내 투자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한국의 각종 기업 관련 규제와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국내 제조업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프레이저 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작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순위’는 조사대상 162개국 중 145위에 그쳤다. 이는 파키스탄(137위)보다 낮은 순위다.
정치권과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통행’ 행보를 보이는 것도 제조업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견 알루미늄 제조업체 한 대표는 “현실성 없는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에 이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되는데 한국에서 제조업 하기 어렵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면서 “형편만 된다면 당장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에 대한 규제 정책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제조업 선진국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일례로 독일은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법인세 인하, 근로시간법 개정, 최저임금 인하에 나서는 등 기업 경영에 방해되는 요소를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 제조업은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메모리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각 산업이 융합하는 ‘신제조업 혁명’의 시대에서는 규제를 양산하는 정부 부처의 칸막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구성원 간의 협력과 사회적 신뢰 확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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