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배달영업을 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장에서 카드 결제를 하겠다는 고객에게 음식을 보낸 뒤 배달기사로부터 “현장에서 카드 결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배달기사는 “고객이 계좌이체로 음식값을 보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고객 말을 믿고 음식을 전했지만 해당 고객은 며칠이 지나도 음식값을 이체하지 않았다. 고객에게 연락을 해봐도 “깜빡했다. 곧 보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나중에는 연락조차 되지 않아 결국 음식값을 받지 못했다.
A씨는 “나와 비슷한 피해를 본 사장님들을 더 봤다”며 “모두 어렵게 일하는데 ‘먹튀’를 당하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부러 카드 결제 오류를 유도해 현장 결제를 미뤘다가 음식값을 내지 않는 ‘먹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신종 ‘배달거지’ 수법으로, 배달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먹튀 수법’은 음식 주문 시 ‘현장 카드 결제’를 요청한 뒤 배달기사에게 일부러 고장 난 카드를 내밀어 결제가 되지 않게 한다. 마치 카드 결제기의 장애인 것처럼 속여 결제하지 않는 식이다. 계좌이체로 음식값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뒤 음식만 받고 돈을 보내지 않는 수법이다.
배달 자영업자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A씨와 같은 유사한 피해를 봤다는 점주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비슷한 지역에서만 이런 사례가 4건이 발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계좌이체 먹튀를 당한 뒤 이체가 확인되기 전에는 절대 음식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벼룩의 간을 빼먹지” “모두가 힘든 시기에 아무리 소액이라도 이런 피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같은 사례의 경우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 차원의 구제도 쉽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영업자가 피해액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경찰 신고 등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한 자영업자는 “고객이 연락을 받지 않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배달했던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어 경찰에게 전달했고 피해액을 돌려받은 경우가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블랙컨슈머를 가려낼 수 있도록 배달 플랫폼 자체적으로 ‘블랙리스트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이번 먹튀 사례 외에도 악의적으로 리뷰를 남기는 고객으로 인한 피해도 지속되고 있어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는 과도하게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실제 제도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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