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중에서 여전히 인기인 장르가 리얼리티 예능이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아내의 맛’ 등인데, 여기서는 100% 리얼을 표방한다.

리얼을 강조하기 위해 ‘관찰카메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출연자는 진짜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면 되고, 카메라는 거치만 해둔 채 연출이 없고 편집만 있다.

서양의 리얼리티물에는 주로 일반인들이 출연하지만, 한국에는 대다수가 연예인들이 나오는 게 차이점이다. 문제는 진짜를 표방하면서 가짜들이 자주 나와 시청자를 기만한다는 점이다.

리얼리티 예능에 비연예인들이 나오면 조작하기 힘들다. 일반인들은 오히려 악마 편집에 희생되기도 한다. 적어도 조작(?)을 하려면 제작진과 대등한 관계가 돼야 가능한데,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들은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는 욕구가 제작진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함소원은 ‘아내의 맛’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신혼집과 시댁 별장 등이 조작으로 밝혀졌다. 박수홍은 ‘미우새’에서 클럽을 다니며 뒤늦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한량으로 나왔지만, 4년 연애 끝에 결혼한 사실을 공개해 거짓 방송 논란에 휘말렸다.

축구선수 출신 송종국은 ‘현장르포 특종세상’에서 이혼 후 강원도 홍천에서 자연인처럼 사는 모습을 공개했다. 함께 나온 아들 지욱의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와 딸 지아의 “꿈은 내 꿈만 꿔”라는 인터뷰가 모두 제작진이 시킨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 75세인 김용건은 39세 연하녀와 연애를 한 게 문제는 아니다. 그건 사생활이다. 물론 이 부분도 상대 여성으로부터 낙태 강요 미수 혐의로 고소당했으니,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문제는 2015년 ‘나혼자 산다’에 나와 독거 생활 17년 차라고 해놓고, 13년간 만남을 유지해온 39세 연하 연인의 실체가 최근 공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에 17세 연하인 황신혜와 가상 커플로 등장해 호감을 표시하면서 “우리 부부로 만나면 너무 좋겠다” “나중에 식장을 잡자” “신혜 입장에서 남자로 난 어때?” “뽀뽀? 기회가 있어야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종전 버라이어티 예능은 캐릭터나 콘셉트를 잡아 웃기기 때문에 사실과 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얼리티 예능은 일반 예능과 달리 특별한 재능 없이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어도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는다. 그게 리얼리티의 힘이다.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드러날 경우, 리얼리티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이 부메랑이 돼 거짓말쟁이 이미지로 돌아온다.

김용건은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해 스윗한 중년 싱글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꽃보다 할배’에서 멋쟁이 막내중년으로 인기를 끌었다. 재치와 입담, 패션 센스까지 두루 갖춰 젊은 연예인들의 롤모델로 통한다. 하지만 그는 조작방송으로 인해 스윗한 중년 싱글남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노추’ ‘껄떡남’ 이미지로 바뀌어버렸다.

‘미우새’는 중년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 대로 살며 엄마 속을 썩이는 게 기획 의도다. 박수홍이 애초에 연애 사실을 솔직히 밝혔다면 싱글라이프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수홍은 그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는 박수홍과 김용건에게는 그것이 부메랑이 돼 자신을 옥죄고 있다.

리얼리티 예능은 출연자가 속이는 경우도 있지만 제작진도 방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밀리에 용인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제작진도 조작에 가담한 것이다. 출연자나 제작진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허와 실, 명과 암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각심을 가진 채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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