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 오사카 시에 사는 사카이 아사요(87ㆍ사진)는 오늘도 현관문을 머리로 박고 있다.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6년째 딸 아키코의 집에 살고 있는 아사요는 치매를 앓으면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때리고 부수고 소리지는 것은 물론 집 밖을 배회하면서 실종신고와 되찾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키코는 “엄마가 괴물이 돼버렸다”며 “엄마를 통제할 수 없고, 내 인생은 끝나버린것 같다”고 울먹였다. ‘치매대국’ 일본이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 치매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치매환자 지원에 관한 ‘국가전략’을 세울 방침이다”고 밝혔다.
새 대책은 의료와 간호에 한정하지 않고 기존 부처 한계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생활전반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치매와의 전쟁 전략은?=아베 총리는 이날 “치매 환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세계 공통의 과제”라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이야말로 사회 차원의 대처 모델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치매 시책 추진 5개년 계획’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가대책이 연내에 책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기 등 소비자 피해방지(소비자청 등) ▷취업ㆍ사회 참여(문부과학성) ▷공공교통 지원(국토교통성) 등 부처간 협력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국가전략’을 마련한다.
여기에는 ‘시민 치매 도우미’ 양성 목표를 현행 600만 명에서 더 늘리는 방안과 의료와 노인복지 관련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된 ‘초기집중지원팀’을 전국 기초 자치단체에 배치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후생노동성은 치매 예방책을 찾고 발병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2016년도부터 치매에 걸리지 않은 40대 이상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및 운동 여부, 식사습관, 유전자형 등을 추적조사할 방침이다.
▶치매대국 일본 현실은?=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말그대로 ‘치매대국’이다.
65세 이상 치매 노인이 462만명으로, 경도인지 장애를 포함해 4명 중 1명꼴이다. 주요 7개국(G7) 중 미국(500만명)에 이어 2위다. 연간 치매환자 실종자만 1만명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일본에서 연간 1만명의 노인이 치매로 실종되고, 일부는 수년간 행방불명 상태이거나 끝내 숨진채 발견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가족 등 치매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에 의한 노인 살해나 상해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보건성에 따르면, 가족에게서 학대받는 노인은 2012년 1만5000명 이상으로 6년 전보다 21% 늘었다. 이들 중 절반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살해되거나 방치돼 숨진 노인은 2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치매에 걸렸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노인에 대한 가해 행위가 심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치매워킹그룹의 공동대표 후지타 카즈코(53)은 “초기 진단 이후 개호보험의 대상이 될 때까지 ‘공백기간’에 절망해버리는 사람이 많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치매노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수가와라 히로코 이사는 “(중앙정부 지원으로는 부족해) 이제 지역사회가 뛰어들어 도움을 줘야할 시기”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치매 환자 확산일로=치매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는 지난해 전세계 치매환자가 443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치매환자는 더 많아져 2050년에는 지금의 3배인 1억354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관련 예산은 의료비, 간병 및 환자 가족 지원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6040억달러(약 689조원ㆍ2010년)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만큼 전세계적으로 위협적인 것은 없다”며 “국제사회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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