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비서실 성 역할 고정관념 ‘타파’ 앞선 걸음
산하기관·25개 자치구까지의 변화는 아직 멀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지난 1년 간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시스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박 시장 성희롱 사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시장 비서실에서 일어났다고 서울시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비서실 내 여성, 남성 등 성차이에 따른 역할 구분을 없애는 등 성평등 한 근무 환경으로 바뀐 점을 가리킨다.
8일 서울시 비서실에는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이전에는 인사과의 추천에 의해 발탁된 직원들이 일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고친 것이다. 지난 3월에 성별,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문성과 업무능력에 따라 객관적으로 선발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4월 새 시장 취임 뒤 개선계획에 따라 비서실 직원을 뽑았다. 공모 경쟁률도 꽤 높았다.
시장 집무실 앞 안내데스크에는 남녀 동수로 직원이 배치됐다. 이전에는 여성 직원 혼자 앉아 일했던 장소다.
말썽을 일으킨 시장실 내 수면실은 사라지고, 임시 휴식공간으로 축소 운영 중이다. 비서실장실은 비서실 안으로 이동 배치됐다. 공적 업무를 명확히 설정한 비서업무 매뉴얼도 만들어 공유됐다. 시장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사적노무 지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부당한 지시에 대한 비서의 거부권 등을 규정했다.
지난 5월에는 시장단·3급 이상 간부 대상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 비서실 직원까지 포함됐다.
새 시장 취임 이후 피해 직원의 신고 핫라인이 개설됐다.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직원이 직통전화번호(2133-1111, 1112)를 누르면 권익조사관으로 바로 연결된다. 권익조사관은 새 시장 취임 뒤 외부에서 채용된 인사로, 사건을 빠르고 공정하게 처리하고, 전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독립성이 보장된 성희롱·성폭력 전담특별기구가 설치됐다. 지난달 6일 전원(9명) 외부전문가로 꾸려진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첫 심의위를 열었다. 이 날 첫 심의 안건은 성희롱으로 판단돼, 감사위원회로 이관, 감사 중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인사위를 열어 징계 등을 처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첫 심의 안건 이후 성희롱·성추행으로 피해 신고된 건은 없다. 직통번호로도 상담 문의만 간간이 올 뿐 이렇다할 피해 신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취임 직후인 4월20일에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성비위 직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겠다고 서릿발을 세움에 따라 공무원들이 언동을 조심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경우 행위자에 대해 즉시 직무배제 또는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한번이라도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성희롱으로 판정 시 해임·파면까지 중징계를 내린다. 또한 외부 신고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원할 경우 내부조사를 병행하고 가해자를 징계한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결과는 내부에 공개해 경각심을 제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서울시 조직에 그친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는 본청 직원들 간의 사건만 다룰 뿐 25개 자치구나 시 투자출연기관은 별개다. 자치구청 직원들은 각 자치구의 처리 절차를 따르고, 산하기관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므로 서울시 인권담당관 소관이다. 이 때문에 산하기관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처리 절차가 늘어지기도 한다.
실제 서울시설공단 내 상임감사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은 지난해 말 진정서가 접수된 뒤 서울시가 조사에 나서 지난 1월 성희롱이 맞다고 결론냈지만, 5개월간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jshan@heraldcorp.com

